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오는 8월 취임 2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들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홍정수 기자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런던에 가보셨나요? 런던 고궁에 가면 모든 스토리가 눈에 보이게 표시돼 있습니다. 그 안에는 드라마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럼 우리가 감동을 받고 ‘야, 대단하다’ 라고 느끼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부족해요. 예전에 인기를 끈 ‘대장금’이라는 드라마 현장이 창덕궁이잖아요. 그런데 창덕궁에 가면 대장금과 같은 감동을 받지는 못해요. 주인공들이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스토리를 와 닿게 보여주는 데 있어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57)은 "박물관같은 관광 상품은 의미가 없다"며 "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스토리를 접합한 관광 명소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서울 다동 관광공사 16층 사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취임이후 관광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전체적인 한국인의 이미지, 국내와 해외 관광에 대한 인식, 이런 것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그리고 많은 새로운 발상들을 만들었죠. 예를 들면 ‘한국의 에너지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다’라는 개념이라는 인식입니다.”
한국에 온 지 34년 됐다는 이 사장은 예전과 달리 외래관광객들이 오면 한국의 기와 에너지, 열정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이 사장도 한국의 기(氣), 흥(興,) 정(情)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기’는 한국의 자연에 흐르는 원천적인 기운, ‘흥’은 월드컵거리 응원에서 보여준 신명과 열정, 그리고 ‘정’은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다.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나라에요. 관광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광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인드, 마음과 몸과 영혼을 리프레시하는 것인데 한국은 이와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서울의 중심지에서 500년 역사를 지닌 조선시대의 궁을 방문한 후 동대문 등의 쇼핑타운에서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여행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카페, 레스토랑, 공연문화 등 먹을 거리, 즐길 거리,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많다며 이대앞 패션거리, 클럽문화의 메카 홍대, 세련된 카페가 즐비한 압구정 등을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관광명소로 뽑았다.
하지만 국민들의 국내관광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볼 것이 없다. 이미 다 본 것들이다’라는 막연한 편견으로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의 휴가 패턴을 보면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이 대부분이에요. 한군데에 가서 거기서 며칠간 있으면서 체험하고, 머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어디 갔다가 다른데 가고 또 다른데 가고 계속해서 이동하는 거죠. 이건 머무는 관광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고 그냥 지나가는, 한번 들려보는 관광의 패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광 자원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어요.”
취임 2년만에 인바운드 관광이 두자리 수로 유례 없는 성장을 했다. 하지만 숙박시설 부족 문제가 외래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숙박 시설이고 놀이 시설이고 손님이 많아야 많이 만들 수 있는데 잠깐 왔다 가면 이런 시설들이 생기기 어렵다며 '머물수 있는 관광'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외래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관광 숙박객실 수는 일본의 90만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합니다. 수도권에만 10만실 이상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최근에 서울시에서 도심을 중심으로 관광호텔을 대거 유치할 계획에 있고, 남산 일대 노후 주택이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객실난 해소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 지방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이 사장은 201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국가관광 경쟁력 20위권 진입 목표의 달성에 대해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월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수 1000만명 달성이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에요.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은 관광업계를 늘 긴장하게 하죠. 하지만 우리 공사는 ‘안전한 나라, 한국’ 방문을 유도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외래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관광시장의 주요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핵심 대체 시장인 중국, 신규시장인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으로의 시장 다변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로 난관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 있어서 또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관광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설, 컨벤션 시설과 같은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핸디캡이라고 했다.
그래도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 많은 외래 관광객들이 방한하고 있기에 한국관광산업의 미래는 더더욱 밝다고 전망했다.
“사실은 K-POP이나 드라마, 영화 이런 것들은 민간에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도 지원, 정책이 있겠지만 거기에 특별히 관광공사에서 무언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가 그것을 활용해서 관광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중간 역할을 하는 것 뿐이죠. 지금은 K-POP이나 드라마지만 앞으로 우리가 발전시켜야할 한류는 ‘패션 한류’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창의적이고 앞서가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음식 한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에서 이벤트를 할 때 비빔밥을 선보였던 것이 그렇게 반응이 좋았다며 이 같은 한국음식의 체험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연계 관광에 대한 접근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당국과 보조를 맞춰 금강산, 개성 관광에 대한 해법부터 제대로 찾은 후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벌써 무더위다. 휴가철이 다가온다. 지리산과 안동을 좋아한다는 이 사장에게 휴가계획을 물었다.
"2주일 연속으로 휴가를 가자는 ‘Refresh 휴가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의무화했는데, 정작 저는 업무가 너무 바빠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요. 기분과 계절에 따라서 여름에는 섬이나 산에, 겨울에는 바다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가족여행만은 꼭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