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실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공적자금을 조성해 문제가 있는 저축은행은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예금보험기금 내 설치된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통해 최대 15조원 가량을 마련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 시작될 추가 구조조정 재원으로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특별계정에서 7~9조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특별계정에 남는 금액이 6~8조원에 불과해 재원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적자금은 정부가 보증채권을 발행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에서도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당장 국회에 보증동의안이 제출돼도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까지 저축은행 문제가 이어질 경우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오는 8~9월 저축은행의 연간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을 전후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조달 방식 등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공적자금 대신 무보증채권 발행 등 대안을 선택하자는 의견과, 공적자금을 통해 확실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자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조성이 현실화할 경우 예금자 불안감 고조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최대한 매입하는 등 안전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충격이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 대량 인출사태(뱅크런)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금융당국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