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大해부-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2011-06-12 15:50
  • 글자크기 설정

(2부)신도시, 오늘과 내일 -①파열음 빚는 2기 신도시<br/><르포>판교·파주신도시 둘러보니<br/>입지 가장 뛰어난 판교 그나마 신도시모습 갖춰<br/>자족기능 없는 파주 낮에는 사람 없는 유령도시

신도시 모습을 완전히 갖춘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강남권 대체로 인기가 높아 2기 신도시 가운데 사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는 2기 신도시 중에서도 비교적 추진 속도가 빠른 축에 속한다. 두 곳 모두 입주 3년차에 접어들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사는 진행 중이다. 편의시설은 부족하고, 자족기능이 부족해 낮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유령도시로 변한다. 서울로 출근했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잠만 자는 곳(베드타운)이 됐다.

12일 오전 돌아본 판교신도시 동판교 일대. 입주가 비교적 빠른 봇들마을 9단지 주변으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수퍼마켓·제과점 등 조그만 가게들도 들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인근 보평초등학교 운동장은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동판교에서 차로 경부고속도로를 넘어 서판교 단독주택 지역으로 이동하자 운중로를 따라 상가 건물들이 쭉 늘어섰다. 상대적으로 입주가 빨랐던 까닭에 은행·식당·학원 등 편의시설이 제법 갖춰져 있었다.

운중천 일대 일명 ‘서판교 카페거리’에 들어서자 약 800m 길이의 거리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모습의 커피숍·레스토랑 등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젊은 엄마들이나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숍에서 만난 주민 송모씨(33세)는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서판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직 대형 마트나 큰 병원 등이 없어 서울이나 분당을 이용하고 있지만, 2~3년 후에는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동판교로 돌아와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서자 앞서 본 것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골조만 올라간 상가 건물들이 흉물스레 서 있다. 오지 않는 투자자를 기다리는 분양 관계자들만 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당초 지난해 7월 개통 예정이었던 신분당선 판교역이 오는 9월로 늦춰지면서, 상권 조성도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특히 판교역과 연결된 초대형 상업시설인 ‘알파돔시티’가 들어서는 부지는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판교역이 개통되면 주변 상가에 인파가 몰리며 상권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알파돔시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판교신도시가 2기 신도시 중에서는 그나마 사정이 가장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운정신도시는 생활편의시설은 물론, 기반시설 조성도 지지부진해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과 사업 시행자인 파주시·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신도시 한 공사현장. 좌측에 보이는 곳이 교회 공사 현장으로 당초 동사무소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실제로 운정신도시에는 파출소가 한 곳도 없다. 4만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치안 공백 상태에 있는 것이다. 파주경찰서 교하파출소가 운정신도시를 담당하고 있지만, 기존 관할구역을 제대로 관리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운정신도시 버스 노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시내·외 버스 노선이 대폭 바뀌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파주시는 지난 3월 말부터 운정신도시에서 일산신도시와 서울 등을 오가는 대중교통 노선을 크게 수정했다.

이후 서울로 직행하던 버스 노선이 운정신도시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도는 것으로 바뀌어 평소 1시간 가량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더 늘었다.

운정신도시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도시 조성계획이 크게 틀어졌기 때문이다.

운정신도시 서쪽에는 큰 부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고급 주거단지로 추진된 ‘파주 국제화웰빙단지’가 들어설 자리다. 하지만 LH의 자금난으로 사업이 취소되고나서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운정(교하)신도시에서 없어진 것은 고급 주거단지 뿐만이 아니다. 동사무소·공원 등 공공시설도 크게 줄었다. 대신 교회·상업시설만 늘어나 당초 계획과는 색다른 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운정신도시에 들어설 동사무소 등 공공청사 부지는 당초 18곳에서 15곳으로 줄었다. 면적도 11만944㎡에서 3만5141㎡로 68%나 줄었다. 전체 신도시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2%에서 0.4%로 떨어졌다.

미술관·영화관·공연장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문화시설 용지도 당초 4만4441㎡에서 1만2881㎡로 크게 줄었다. 전체 면적의 0.1%에 불과하다. 공원과 녹지 면적도 소폭 감소했다. 보건위생시설 2만8776㎡도 사라졌다.

동사무소 대신 들어선 것은 교회다. 운정신도시의 종교시설 용지는 23곳에서 25곳으로 늘었다. 근린생황시설용지도 당초 4만553㎡에서 4만7926㎡로 증가했다. 이밖에 상업·업무용지, 하천, 도로 면적이 당초보다 늘었다.

동사무소 등 편의시설을 뺏긴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동의도 없이 LH와 파주시가 마음대로 개발 계획을 변경해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동사무소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교회로 용도 변경된 파주시 교하읍 와동초등학교 앞의 와동제일교회 건설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동사무소가 들어선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교회가 지어지고 있어 황당했다”며 “교회가 너무 많아 교하신도시가 아니라 ‘교회 신도시’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LH가 재정난 등으로 공공청사 부지를 전용해 현금이 많은 대형 교회들에 매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