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기획 특집-2>정부 입양정책 이대로 괜찮나?

2011-05-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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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 제한 장애아들에겐 또 하나의 고통

(아주경제 이규복 조현미 기자) #. 생후 5개월이 된 민석(남, 가명)이는 입양시설에서 3개월째 자신을 돌봐줄 양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시설 사회복지사는 민석이가 국내에 입양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데 걱정이 많다. 국내에서는 남자아이와 3개월 이상 영아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 얼마전 돌을 맞은 지연(여, 가명)이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지연이는 지난 6개월간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만 지연이를 원하는 입양가정이 계속 나타나지 않아 곧 장애인보호시설로 가야한다.

해외입양 쿼터제가 불러온 또 다른 문제점들이다.

쿼터제는 장애가 있거나 성별이 남자인 아동의 입양 기회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체 입양 아동의 감소는 정부의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정부만의 노력으론 해결할 수 없다”

정부측의 해명이다.

진길순씨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가슴으로 낳은 두 아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외 입양 관련 현황’ 보고서는 정부정책이 실패했음을 드러냈다.

2007년 ‘국내입양 활성화 대책’ 이후 국내입양은 연간 10여명 안팎의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해외입양을 축소함에 따라 전체적인 입양 아동의 숫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오히려 아동들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하고 입양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미경 홀트아동복지회 홍보팀장은 “정부가 입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책마련에 나선 점은 크게 고무적인 사안”이라며 “하지만 해외입양을 제한하고 입양 아동 및 가정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입양 부모나 아동에 대한 지원이 전무 했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일에 정부가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를 잇기 위한 입양이 아닌 버려진 아동들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이뤄지는 입양이라는 점과 저출산 고령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동복지기관들은 이런 정부의 변화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다만 대책의 하나로 추진된 해외입양 제한과 수수료 지원책 등 일부 정책이 오히려 입양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부모 정해져도 입양까지 1~2년
국내에서는 공개입양 보다는 비밀입양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가 입양수수료를 지원해주는 대신 입양 부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복지부에 제출해야 한다.

박옥남 동방사회복지회 상담소장은 “수수료 대납 서비스 때문에 비밀 입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로 인해 기관이 아닌 개인별 접촉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음성적인 입양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는 주로 3개월 미만의 영아를 선호하고 실제 약 70%의 입양아동이 3개월 미만이다.

입양이 확정된 후 실제 입양되기까지 2~3개월의 시점을 고려할 때 아동이 만 1개월 전후로 국내 양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국내에서의 입양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 때문에 5개월 유보제는 그렇지 않아도 낮은 입양율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외 양부모가 정해져도 함께 생활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린다.

국내 입양기관은 일 년 내내 해외입양 신청을 받지만 해외입양 쿼터는 상반기에 이미 차버린다.

해외부모가 확정된 아동도 출국이 미뤄져 실제 만남이 1~2년 이후로 미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호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아동을 해외로 수출(?)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아이들의 삶이 희생되는 셈이다.

김진숙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 사무관은 “정부의 기본방침은 더 이상 해외로 아동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정책에 미흡한 점이 분명 있지만 정부도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TV광고에 대해선 "TV광고는 출연진은 물론 장비도 무료 봉사와 지원으로 제작된다"며 "일각에서 인권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김 사무관은 "15세가 넘은 공개입양 아동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오히려 시설로 가지 않고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겼다"며 "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나이에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기회가 박탈되는 것에 오히려 분개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0여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보호시설보다 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해외입양 예정 아기 50명의 합동 돌잔치가 열렸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동방사회복지회가 주최하고, 한화L&C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위탁가족과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해 아이들의 첫 생일을 축하했다.
◆ 보호시설로 향하는 아이들
하지만 나이와 장애,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입양 기회를 놓친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에 의하면 2007년에는 위탁가정 등 가정에서 보호하는 아동수가 보호시설 보다 1.7배 많았으나 2008년부터는 보호시설에 있는 어린이가 더 많아졌다.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07년에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아동이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은 어린이 수가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의 60%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쿼터제 시행 후 입양 아동이 줄면서 생겨난 문제점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고아원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보호시설의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실제로 시설에서 생활한 아이들의 20%가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양 가족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등 입양 활성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공개입양과 2명 이상을 입양하는 가정, 자녀가 있음에도 입양하는 가정 등이 늘어나는 등 질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아직도 아동의 건강상태와 성별, 친부모의 배경 등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 했다.

박 소장은“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이 연간 1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미혼모로부터 생겨난다”며 “유기아동들의 감소를 위해서는 미혼모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 미혼모라도 당당하게 큰 무리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배려와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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