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대참사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일본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핵 공포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피해 현장 곳곳으로 미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인들의 위기 대응태도는 국제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생과 사가 공존하고 있는 일본 열도에서 이들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질서를 지키며 의연하게 위기와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민들과 달리 허둥지둥하며 원성을 사고 있다. 피해 주민들에게 충분하고 원활한 구호품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이 제기되고 있는 원전 폭발 관련 축소·은폐 의혹은 간 나오토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말만 믿고 “별 문제 없다”거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국민들의 불신을 부추겼다. 대내외적으로 일본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물론이다.
지진 사태 초기, 병풍 뒤로 숨어 버린 간 나오토 총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적인 위기를 맞아 지도력을 보여주어야 할 간 총리이지만, 최근까지도 공적인 기자회견에서는 에다노 관방장관이 총리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간 총리의 거취는 지진 발생 이전부터 이미 위태로웠다. 지지율은 20% 미만으로 떨어졌고,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에 이어 그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대참사로 정치자금 사건은 잠시 잊혀졌지만 여전히 그의 리더십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일본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간 총리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적잖은 이들이 간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그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다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고 했다. 지금 일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