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속 미스터리 여행 4> 시간을 되돌리는 연금술사, 미술품복원가의 세계

2011-02-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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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미술작품도 우리의 몸처럼 나이를 먹거나 사고로 다친다. 사람이 아플 때에는 의사를 찾는다. 그러면 미술작품이 상했을 땐 누구를 찾을까? 바로 미술품 복원가다.

복원작업은 물감이 떨어져 나가거나 뒤틀리고, 찢어지거나 부서져 미술품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작품을 원상태에 가깝게 되돌려 주는 작업이다.

미술관의 사랑받는 작품들 중 상당수는 대부분 복원가의 손길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선보이는 것들이다.

미술품복원가는 마치 의사가 환자의 회복상태를 지켜보듯 보람있는 직업이다. 게다가 일반인들은 감히 만져 볼 수도 없는 피카소, 고흐 작품들을 바로 코 앞에서 냄새를 맡고 손으로도 만질 수 있으니 대단한 특권이다. 복원작업을 하는 도중 작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작품의 비밀을 하나 하나 밝혀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나 이러한 일의 즐거움과 보람만큼이나 묵직한 책임감과 위험성이 뒤따른다. 귀중한 작품을 다루는 일엔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많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 진정한 복원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공부와 실습을 병행해야 하고, 미술을 비롯한 물리·화학 같은 분야도 전문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대개 복원작업은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미술품의 상태를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작품을 복원하기에 앞서 정확한 증상과 원인을 알아내야 알맞은 처리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작품에 사용된 재료와 제작방법 등을 사진과 함께 작성하는데, 이때 X-레이나 자외선, 적외선 촬영을 하기도 한다. 또 필요에 따라 병원에서 피를 뽑아 정밀한 검사를 하듯 화학 분석장비를 이용, 작품재료를 분석하기도 한다. 작성된 기록카드는 향후 재 수리가 필요할 때 복원 담당자에게 도움을 주고 , 미술사적 정보를 제공해 미술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사료가 된다.

치료에 사용되는 재료의 선택과 처리작업은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처리 과정에서도 신소재와 레이저 같은 과학적인 장비가 사용되기도 한다.

유화의 경우 크게 그림층과 지지대층의 처리로 나눌 수 있다.그림층의 처리에는 작품 표면의 이물질을 닦아내는 클리닝 작업, 그림층의 결합력 약화나 다른 재료층 간의 접착력 상실로 인해 그림층이 들뜨는 현상을 처리하는 접합 작업, 결손이 발생한 부분을 보완하는 메움 작업, 마지막으로 결손 부위를 감추는 색맞춤 작업으로 구성돼 있다.

클리닝은 작품 표면에 묻은 이물질이나 누렇게 변색된 바니쉬, 덫칠 부위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그림이 원래의 모습을 찾도록 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지만 화학 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상의 위험도 그만큼 크다.

색맞춤의 원칙은 첫째, 범위를 결손 부위에 국한해야 하고 둘째, 원작 위에 덧그리기를 하지 않아야 하며 셋째, 다시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원작이 유화임에도 색맞춤은 수채화나 천연수지계를 사용한다.

흔히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들은 끊임없이 복원처리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시대를 달리하며 재탄생됐다. 물론 작가가 원래 표현하고자 의도했던 바는 살아있지만, 작품 해석과 복원기술의 한계로 100 % 완벽한 재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오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감상한다면 작품에 대한 새로운 각도의 해석과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자료 제공: ‘명화 속 과학 체험전 ‘손주리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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