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개발계획 '홍수'... 실적은 지지부진... 그래도 과욕 끝이 없다

2011-02-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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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 잘못된 수요예측 등 현실무시 개발계획<br/>경자구역, 혁신도시 등 투자 유치 힘들어 결국 축소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영남권은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가장 먼저 산업이 발달된 곳으로 현재도 각종 개발 계획들이 진행 중에 있다.

부산시와 대구시를 중심으로 조성 중인 경제자유구역과 부산·대구·울산·김천·진주시 등에 한 곳씩 들어설 혁신도시는 영남권의 지역개발을 대표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동서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으로 추진되는 ‘국제원자력 클러스터’, ‘첨단 기간산업 삼각벨트’ 등이 지역 개발의 중심 축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영남권의 주요 개발사업들은 몇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공사 진행 정도와 외국 자본 유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면적도 대폭 축소됐다.

혁신도시도 주택·상업 용지의 분양률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도권의 공공기관 이전도 사옥 매각 부진 등의 이유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은 끈임 없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 문제를 놓고 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경북과 울산, 대구 등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 개발사업 수년째 제자리걸음

신항만·명지·지사·두동·웅동 등 5개 지역, 23개 지구로 구성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은 약 104만8000㎢ 규모로 지난 2003년 10월 지정됐다. 이후 약 8년여가 흘렀지만 추진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총 23개 지구 중 사업이 완료돼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한 곳은 신호산업단지, 부산과학산업단지, 남양지구, 화전지구 등 4개에 불과하다.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도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착공된 명지지구와 생곡지구를 포함해 7개 뿐이다.

명동지구, 보배캠퍼스지구, 웅동지구 등 10개 지구는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개발계획이 변경되거나 실시계획을 수립 중이며, 송정지구와 남측 신항배후지는 인근 지역과 통합개발하거나 개발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관련된 기반시설 확충사업도 추진 실적이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업이 완료된 기반시설은 을숙도대교, 화전지구 간선도로, 남양지구 진입도로 등 3개에 불과하며 아직 착공되지 못한 사업도 2개나 된다.

이처럼 사업 추진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은 지난해 12월 3개 지구가 구역 지정에서 해제되면서 면적이 20% 정도 축소됐다. 현실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사업성이 없는 지구가 경제자유구역에서 빠진 것이다.

해제 대상은 부산 강서구 봉화산 일대 7㎢와 부산 송정지구와 생곡지구 사이의 12.4㎢ 등 개발계획 미수립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과 마천지구 1.88㎢, 보배 북쪽지구 0.478㎢이었다.

3년차에 접어든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 11개 지구에서 성서5차 첨단산업지구가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됐고, 대구혁신도시와 수성의료지구는 규모가 축소됐다. 전체 면적도 39.31㎢에서 34.09㎢로 13% 정도 줄었다. 이는 당초 5개 지구를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하려고 검토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배척 규모가 적은 편이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의 용지분양률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오는 2013년 6월 개발 완료 예정인 대구테크노폴리스 지구는 산업용지 분양률이 17%에 그치고 있다. 연구단지만 8개 기관에 70%의 용지가 분양됐다. 또한 내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인 영천첨단산업지구의 분양률은 18%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만 약 31회의 해외 기업설명회를 개최해 태양광, 자동차 부품소재, 2차 및 연료전지, 의료기기 등에 대한 해외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지만 세계 경제 불황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남권의 혁신도시도 공사 진행 속도도 느리기 짝이 없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작은 부산혁신도시만 부지 조성 공사 추진률이 91.6%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을 뿐, 대구(43.6%), 울산(55%, 경북(74.8%), 경남(66.2%) 등은 아직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대구시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의 꼴지 수준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있다"며 "대구-경북지역의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경제자유구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이 계속 지정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투자마인드 위축 등으로 원활한 조성은 물론 경쟁력 있는 첨단 업체의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끝나지 않는 개발 과욕

영남권의 개발에 대한 욕심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각종 개발 사업들을 놓고 지역내 지자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서는 부산시와 대구-경북-경남-울산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경남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구 경북 경남 울산 지역 유치단체들이 상경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공항은 경제적으로는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도 대구에서 인천공항까지 KTX와 인천공항철도 등을 이용하면 2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데 굳이 공항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북과 울산시, 대구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 시·도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영남권 3개 시·도 유치추진위원회’가 설립돼 경북·울산·대구의 21개 대학총장, 과학자, 연구기관의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유치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경북도는 동해안권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원자력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을 밝히고, 본격적인 추진 준비에 들어갔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2조원 투입해 제2원자력연구원(9조원), 스마트원자로실증플랜트(7000억원), 원자력수소실증단지(2조3000억원) 등 조성하면 경제효과 33조원, 고용인원 20만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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