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렉서스의 폭주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로 촉발된 ‘도요타 리콜사태’가 1년 지난 지금. 도요타는 여전히 당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대량 리콜사태의 악몽을 되뇌고 있다.
◆“도요타, 소니 전철 밟을 수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842만대를 기록, 839만대 판매한 제너럴모터스(GM)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며 3년째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판매량이 대규모 리콜 사태의 여파로 194만대에 그쳐 전년대비 2%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시장점유율 하락세는 뚜렷하다. 도요타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년대비 1.7% 포인트 하락한 15.3%를 기록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또 도요타의 초기품질지수(IQS)와 브랜드 선호도가 추락했다. IQS는 2009년 101점에서 2010년 117점으로 낮아졌으며, 순위도 6위에서 21위로 무려 15등이나 떨어졌다. 브랜드 선호도는 지난해 174점을 기록하면서 49점이나 하락, 2위인 포드와의 격차가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권성욱 연구위원은 “리콜사태와 관련된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도요타는 미국, 유럽,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TV시장을 빼앗긴 일본 업체 소니처럼 도요타도 이번 리콜사태로 현대·기아차와 GM 등 경쟁 업체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유명해진 것은 품질 덕분”이라며“GM의 전기차가 성공하고 도요타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소니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에 충실해라”
도요타 사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자동차 업체들의 자발적 리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의 총 리콜대수는 전년대비 25% 증가한 2030만대를 기록했다. 미국 신차 판매량이 120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운 규모이다.
자발적 리콜 비중이 80%인 도요타 외에도 닛산이 97%, GM과 크라이슬러의 자발적 리콜 비중도 71%, 62%에 달한다.
안전 규제도 강화됐다. 미 하원은 지난 5월 안전 관련 기술 장치 보완과 벌금 조항을 강화한 ‘2010 자동차 안전법’을 통과시켰다. 소비자들 역시 신차 구매시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보다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권성욱 연구위원은 “‘품질’은 자동차의 핵심기능인 ‘브레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며 “브레이크 성능이 좋아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듯이, 품질이 확보돼야만 성장세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