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내각에 오늘 사퇴를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며 29일 중으로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대가 요구하는 하야 의사를 밝히지 않아 향후 시위가 얼마나 진정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전망이다.
TV 연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실업과 빈곤, 부패와 싸우고 주민들의 소득수준을 높이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반정부 시위 이후 무바라크 대통령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시위대에 대한 진압 조치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시위대에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폭력과 파괴행위 탓에 질서회복을 위한 공권력 사용이 불가피했다"며 시위 진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TV 연설 전 무바라크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1981년부터 30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28일 오후부터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자 경찰과 군 병력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격렬한 시위가 빚어졌던 카이로 시내 중심인 알-타흐리르 광장에는 29일 새벽 탱크와 장갑차 등 20여대의 군용차량이 진입, 군당국의 통제 아래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최소 2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