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권 임직원들은 일반 기업체와는 달리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 및 저축은행은 '빨간날' 이외에는 영업점을 모두 열어야 하기 때문에 연차 사용이 어렵고, 여타 금융회사들도 최근 인사철을 앞두고 있어 쉰다는 데 큰 부담이 따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주말과 구정연휴 사이에 낀 1월 31일과 2월 1일에 모든 영업점을 정상 운영한다. 영업점 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행원이 출근해 영업점을 풀가동한다. 더구나 명절 전에는 자금 수요가 많아 평소보다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이번 대박 연휴를 맞아 일반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멈추고 동시에 쉬는 등 연휴를 한껏 즐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별로 점장 재량에 따라 1~2명은 휴가를 떠날 수 있겠지만, 은행 영업점은 비공휴일에는 모두 정상 운영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2~6일 설날 연휴 기간 중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각 은행의 인천공항 지점과 환전소는 평일과 동일하게 24시간 운영된다. 오히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에 나선 고객들 때문에 업무량은 더 많아졌다. 전산부서의 경우도 각 파트가 3교대로 비상대기반을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구정 연휴를 즐길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박 연휴를 맞아 가족 여행 등을 기대했지만 근무 순번상 마음껏 쉴 수 없게 됐다”며 "추석 때 식구들과 식사를 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 같다"고 아쉬운 속내를 밝혔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빨간 날만 쉬는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향이 먼 직원들은 업무 분담을 고려해 쉴 수 있게 배려해주지만 일반 회사처럼 연차를 많이 쓰지는 않는다"며 "공장처럼 생산 라인을 잠시 멈추고 다같이 쉬는 것이 인건비나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한가로이 휴가를 즐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 및 연봉 삭감이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쉴 때는 쉬자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은행권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던 금융 공기업이나 신용카드·보험사 직원들도 이번 연휴에는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는 실정이다.
각 금융회사들이 올해 구정연휴 이후 상반기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차사용을 독려하던 사측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직원들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월 상반기 인사를 앞두고 있어 윗선부터 휴가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부담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