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경쟁사 대비 부족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원동력으로 직원들을 꼽았다.
권 사장은 “2001년 위기로 제때 투자를 진행하지 못해 경쟁사들이 12인치 웨이퍼를 도입할 때도 하이닉스는 8인치 웨이퍼로 이들과 경쟁해야 했다”며 “당시 적기에 투자를 못해서 국내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지만 수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국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 했던 박성욱 부사장(CTO) 역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동료들이 떠날 때도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의지를 북돋았다”며 “이 같은 어려운 시기를 두 차례나 넘긴 것이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하이닉스는 IMF 당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출범 초기 당시 양사의 문화가 상이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현대의 ‘강한 추진력’과 LG의 ‘인화’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하이닉스만의 끈질기면서도 끈끈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것.
이 같은 도전을 성공하면서 권 사장은 하이닉스의 새로운 도전을 천명했다. 권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모바일 시대’로 변환하고 있다”며 “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생산량 중의 50% 이상을 모바일 제품으로 확대해 고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바일 등 스페셜티 제품은 삼성과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고객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며 “모바일 시장이 커지는 만큼 메모리 시장도 이와 더불어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세공정에서도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머지않아 30나노급 D램 양산에 돌입하고 하반기 중 20나노급 D램을 개발할 것”이라며 “낸드도 현재 26나노를 넘어 하반기 중 20나노 제품을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 사장은 취임 9개월여 만에 하이닉스의 경영이 크게 변했다는 기자들의 평가에 “지난 수년간 기초체력을 잘 닦은데다 시기적으로도 호황이 있었고, 짧은 기간 동안 임직원들이 경영진을 믿고 힘을 모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또 “지장(智將), 덕장(德將), 용장(勇將) 등 다양한 리더상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좋은게 복장(福將)이라고 하더라”고 운을 뗀 뒤 “좋은 임직원들과 능력있는 경영진까지 있는 만큼 나는 복장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