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금융 시장에서 고리사채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상부상조의 힘을 보여준 이들은 이제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진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겸업화 흐름 속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의 실핏줄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전문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현실 속 국내 상호금융의 현황과 또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2회에 걸쳐 살펴봤다.
농협중앙회 전경 |
이들 상호금융기관이 태동하게 된 배경과 운영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모두 다 서민금융을 지향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상호금융은 자금융통에서 소외된 농민과 도시 서민을 위해 1960년대 협동조합이 금융업으로 인가받으며 시작해 이제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다.
◆"오로지 고객 저축만으로 성장"…네트워크 힘도 막강
상호금융의 목표는 시중은행의 것과 분명 다르다. 금융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야하는 것은 맞지만 자체 자금 조달능력을 키워 이를 토대로 지역사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혜대상도 시중은행처럼 불특정 다수가 아닌 단위조합 등의 구성원을 항상 염두해둬야 한다.
문제는 상호금융이 제2금융권에 속해 있다보니 이용 고객들이 주로 저신용자와 저소득자인 데 있다.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내에서도 상호금융을 시작할 당시 낙후된 경제여건이나 낮은 농가소득수준 때문에 과연 저축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을 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종전의 품앗이나 계의 형태로도 얼마든지 상부상조가 가능했던 터라 이를 제도금융으로 흡수하는 게 관건이었다.
1973년 정부가 직접 이 문제해결을 위해 나섰다. 1981년까지 '농어촌 1조원저축운동'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때마침 농가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며 농어촌의 저축 잠재력도 늘어 이는 자연스럽게 제도금융으로 흡수됐다.
현재 농협의 수신규모는 195조원, 여신규모는 135조원에 달한다(지난해 12월말 기준). 농협 관계자는 "상호금융 태동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오로지 고객들이 한 저축에 의존한 결과물이어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90조7783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객 수도 1597만3000명으로 '국민 3명 중 1명은 새마을금고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역 곳곳의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이외에 신협의 총자산은 46조9400억원으로, 수신 41조원, 여신 27조원을 달성했다(지난해 11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연합회관 전경 |
이들은 서민금융기관으로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들에게 대출이 쏠려있는 것과 달리 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민대출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정보사가 시중은행권과 농협, 새마을금고, 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신용등급별 대출액 비중을 비교한 결과 시중은행은 67.3%가 1~3등급에 대출을 해준 반면 6~10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지난해 6월말 기준).
이와 달리 상호금융권에서는 △1~3등급(34.7%) △4~5등급(32.3%) △6~10등급(33%)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특히 신협은 6등급 이하 대출 취급 비율이 40%로 은행대비 3.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대출을 위한 상품도 다양하다. 지난해 7월부터 공통으로 선보인 햇살론 이외에도 상호금융기관별 특색있는 대출 상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판매에 주력한다.
새마을금고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총2000억원 규모의 '지역희망금융사업' 협약보증대출을 실시해오고 있다. 저신용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000만원까지 연리 4%로 제공 중이다.
수협 상호금융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카센터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부터 '카마스터즈론'를 취급하고 있다. 카센터 운영 및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출한도액이 담보물 감정가의 90%에 이른다.
◆비과세상품으로 인기몰이…서민금융 수출하기도
해마다 연말정산 기간이면 상호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비과세 예적금 상품소개가 빠지지 않는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저축을 하며 세금도 면제되니 그야말로 재테크 효과는 배로 커진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농·수협 단위조합 예·적금은 3000만원까지 시중은행과 달리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14%)이 붙지 않는다. 농어촌특별세(1.4%)만 내면 된다.
예컨대 연리 4%를 보장하는 신협 정기예탁금에 3000만원을 넣었을 경우 1년 뒤 118만 3200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은행 정기예금에선 이자소득세가 붙어 101만5200원 밖에 받지 못한다. 이자 차이가 무려 16만3000원에 달한다. 상호금융기관 예금 이자가 보통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높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자 수익 차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각 조합 금고에 소액의 출자금만 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만 20세 이상인 조합원이라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생계형저축 가입대상자의 경우 최고 7000만원까지도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서민금융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협의 경우 이 같은 비과세상품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면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해 신협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아시아지역 신협에 서민금융 노하우 등을 전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신협 관계자는 "인도, 방글라데시아, 태국 등에 신협발전 방안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