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시작한 ‘성곡 미술관 내일의 작가전’은 미래의 한국미술을 이끌어 나갈 역량있는 국내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을 전시를 통해 지원하는 국내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14년째가 되는 해로 선정 작가의 현재적 작업 성과와 미래적 비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작가 나 현은 잊혀진, 혹은 잊혀져가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을 근거로 작업하는 르포형 작가다. 내번 내일의 작가 수상 기념전 제목이 그러하듯 나 현의 작업은 인문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철저하고도 치밀한 조사와 연구과정을 거쳐 완성, 공개되는 일종의 결과 보고서다.
제한된 몇몇 가난한 언어를 쥐어짜내 완성하는 스튜디오 작업이 아니라, 사건이나 사실의 직간접적인 흔적을 직적 몸을 세워 발로 밟고 만난 경험에 근거해 제작, 완성한다는 점에서 나 현의 작업은 매력적이다.
사건이나 사실은 물론 지역의 풍물이나 풍속, 풍습을 함께 채집해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꼼꼼함과 생생함은 단연 압권이다. 이런 점에서 나 현의 작업은 일종의 르포르타주(reportage)라 하겠다. 다만 철저한 현지 기록과 보고형식이라는 점에서 생생한 날것의 성격은 강하지만 작가의 주관을 가미한 기술과 서술, 해석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르포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전에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바이칼~시베리아~신안 염전에 이르는 지적 노정이 고스란히 소개된다. 이른바 맘모스 스텝을 따라 체험한 결과가 종합적인 전시형태로 일반에 최초 공개된다. 영화 용어로 말하는 일종의 로드쇼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파리유학시절 제작한 ‘물에 그린 다리 풍경’과 귀국 후 경기도미술관에서 행한 물 드로잉 퍼포먼스 결과물이 그 과정과 함께 1층에 나란히 소개돼 작가의 지난 작업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수상전은 그동안 작가가 수집한 오브제·사진 등 귀한 아카이브들도 다수 소개돼, 나 현의 작업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월 27일까지 성곡 미술관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