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이면서도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다이하츠공업이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태국 부유층 사이에서는 일본 유니·참 종이기저귀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태국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이 기저귀는 유통업자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부유층 사이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일본 모노쯔쿠리(장인정신) 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각사는 제품개발 및 판매 체제를 중심으로 재검토에 들어갔고 인재육성 방법도 다시 고려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2005년부터 모노쯔쿠리 국가비전 전략을 수립, 제조업 강국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모노쯔쿠리 고도화법을 제정해 제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뿌리산업을 고부가가치 창출산업으로 이끌었다.
2008년에는 금형, 단조, 전자제품 등 20개 기반 기술을 선정하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했다. 아울러 핵심기술과 장인정신을 계승학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자국 뿌리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육성해왔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2009년 12월 도요타 '리콜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본 제조업은 사업 재구축에 들어갔다.
특히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의 구조변화는 일본에게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선 제조기술의 조합형 등 생산이 확대되고 있고 일본이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간재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무섭게 뒤쫓고 있다. 가격 경쟁에 노출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뽑아든 칼은 바로 모노쯔쿠리 산업의 분업화와 고객층 세분화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09년 7월에 발표한 ‘일본 모노쯔쿠리 기반기술 진흥시책’에 따르면 일본 현지법인(제조업) 수는 2001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08년 기준 6000개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경우 구체적으로 대상을 타깃화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다이하츠공업과 유니참 종이기저귀가 그 예다.
최적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현지자원을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일본은 해외 현지거점을 개발하기 위해 제품개발이나 응용설계(모델체인지) 등의 현지화를 진행했다. 또 지방기업으로부터 부품 등을 조달해 공급선을 안정화했다.
만족할만한 품질 수준을 확실히 하고 현지시장에서 요구되는 가격과 기능, 성능, 신뢰성 등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에 중점을 뒀다.
실제로 인도 국내 부유층을 대상으로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히타치 어플라이언스의 가정용 에어컨의 성공비결은 현지인 기술자를 채용한 데 있었다. 이를 통해 냉풍이 사람에게 직접 닿는 등 인도 현지의 독특한 니즈를 반영해 섬세하고 치밀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일본은 글로벌 모노쯔쿠리를 지탱하는 힘으로 히토쯔쿠리(인재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산업성측은 “실적이 견실한 기업일수록 현지 인재를 정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인재평가제도나 승진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현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간부 등용 관련, 현지법인에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소형 베어링제조 업체인 키타니혼정기는 중국현지법인의 총경리와 부총경리를 모두 중국인으로 선임했다.‘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원의 정착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대부분 현지 인재에게 운영권을 위임한 것.
박균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풀뿌리산업추진단장은 "뿌리산업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사업인만큼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자동차를 예로 들면 차량 1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 관련 비중이 부품 수 기준 90%, 무게 기준 86%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리나라도 뿌리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3D 업종 이미지 개선으로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고 신가치 창출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수한 기능인력 양성 체계를 확대하고 장기 재직자에 대한 후생복지 지원도 확대해 인력 유입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