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새해 첫 달을 수놓을 맛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 전쟁도 이정도면 할 만하네…이준익 감독의 ‘평양성’
사극 연출에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한 없이 웃다가 배꼽잡고 극장문을 나서길 원하는 관객들을 위한 안성맞춤이다.
‘평양성’은 이 감독의 2003년작 ‘황산벌’의 연장선으로, 삼국통일을 노리는 신라의 김유신과 고구려 연개소문의 아들인 남건과 남생의 대립이 큰 축이다. ‘황산벌’에서 보여 준 이른바 ‘역사 비틀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전망이다.
‘황산벌’이 사투리로 풀어낸 코믹 전쟁 사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평양성’ 역시 쉽게 유추가 된다. 영남과 호남의 걸출한 사투리 대결이 낳은 웃음 한바탕이 ‘황산벌’의 주요 포인트였다면, ‘평양성’은 팔도사투리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신라의 김유신과 ‘황산벌’의 숨은 주인공 ‘거시기’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내니 사투리 하나만 봐도 보는 재미에 듣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맛깔스러움이 더욱 크다. 연출을 맡은 이 감독의 풍자와 해학까지 더해지니 재미는 차고 넘친다.
‘황산벌’에서 김유신을 연기한 정진영이 노쇠한 모습으로 다시 출연하며, ‘주연급’ 조연으로 불리는 이문식이 또 다시 거시기로 출연해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킬 예정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감동까지 숨겨 놨다는 ‘평양성’의 뚜껑은 오는 27일 열린다.
◆ 할리우드의 코믹 대명사 잭블랙, 고전에 빠진다…걸리버 여행기
주인공 이름이 영화의 정체성을 설명해 준다. 할리우드 코믹영화의 또 다른 이름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걸리버 여행기’가 국내에 개봉한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에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담지 않으면 험난한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없기에 ‘걸리버 여행기’ 역시 비장의 카드를 내세웠다. 거인국과 소인국을 표현한 기술력이 그것이다.
21세기 기술력이 창조한 소인국 ‘릴리푸트’는 지구상 어딘가에 정말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영화 내용도 ‘걸리버’인 잭 블랙이 어떤 일로 인해 소인국에 떨어졌고, 그의 허풍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소인국 사람들의 믿음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다.
잭 블랙이란 걸출한 코믹 배우와 ‘허풍’, 거기에 첨단 기술이 결합된 ‘걸리버 여행기’는 그럴듯한 모양새로 또 다른 고전의 재해석을 만들어 낸다.
두둑한 볼거리와 출렁이는 뱃살이 매력적인 잭 블랙의 연기에 초딩 시절 꿈꿔봤던 소인국 사람들의 존재. 혹시 영화를 보고 실제 릴리푸트를 찾아나서는 관객은 없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한 번쯤 있지 않을까란 막연한 상상의 즐거움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걸리버 여행기를 본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 망나니 히어로의 갱생기…그린호넷 3D
최근 여러 히어로물이 스크린을 수놓으면서 영화팬들의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그린호넷’은 좀 틀리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지도 못하며, 배트맨처럼 걸출한 무술실력도 없다. 엑스맨처럼 초능력이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럼 정체는? 한마디로 천하의 망나니 한량이다.
재벌가의 아들로서 방탕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깨달음을 얻은 뒤 친구와 함께 밤거리를 청소하는 히어로 ‘그린호넷’이 된다는 내용이 이 영화의 얼굴이다.
히어로물의 단골 메뉴인 화려한 볼거리는 충분하다.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사실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릴 정도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슈퍼카 ‘블랙 뷰티’의 위력이 영화의 액션을 책임진다. 그린호넷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케이토역의 주걸륜이 선보일 화끈한 쿵푸도 기대감을 높인다. 이 모든 장면이 3D로 보여진다면 액션 종결자로 명함을 내밀어도 ‘손색이 없다’에 과감히 한 표를 던진다.
‘그린호넷’은 1966년 방영된 TV 시리즈로 당시 이소룡이 출연해 마니아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