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채널의 최고위급 인사인 다이 국무위원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만큼 이날 면담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실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면담을 통해 한중 양국은 긍정적이면서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기존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시 더는 인내하지 않고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중국 지도부에 분명히 전달하는 동시에,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공정한 중재’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우방 정상들과 함께 대(對)중국 압박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후 주석을 위시한 중국 지도부는 `한반도 상황 악화 방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간 전략적 협력 강화‘라는 모호한 내용의 사실상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에도 `혈맹’인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이번 연평도 사태를 풀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 대통령은 6자 회담 이전에 남북한간 대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또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했을뿐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과 다이 국무위원은 각각 자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외교적이고 원칙적인 결론에 그친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의미있는 결론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면담에서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만 답했다.
다만 지난 천안함 사태 이후와 비교하면 중국의 태도에 진전이 보였다는 해석도 있다.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연기하는 대신 한 단계 격을 높여 부총리급 거물을 보낸 것이나, 중국 지도부가 특사를 급파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입장을 전달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다소 진일보한 태도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압박하고 러시아조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동조하는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 행보‘로 분석된다.
오전 10시 시작한 이날 면담은 긴장감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과 다이 국무위원은 회담 말미에 배석자없이 독대해 잠시 긴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후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다이 국무위원이 독대를 통해 미 항모가 참여한 서해상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우려와 자제의 뜻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면담이 끝난 뒤 중국 외교부가 ’중대 발표‘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다이 국무위원이 이 대통령에게 ’중대 발표‘의 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이 국무위원은 후 주석의 ’친서‘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후 주석과 원 총리의 메시지를 구두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