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검찰이 대기업을 상대로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서부지검과 북부지검이 특별 사정수사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지검이 한화·태광그룹 등 대기업과 집권여당의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정정국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전국 최대 검찰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에 비해 인력 등 수사력의 열세에도 베테랑 검사들을 포진시켜 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에만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2의 대검 중수부’ 서부지검… 태광 등 전방위 압박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재계서열 13위 한화그룹과 40위 태광그룹을 상대로 전방위 수사를 펴고 있다. 특히 수천억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 수사 강도는 메가톤 급이다.
21일 서부지검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예금, 차명주식 등의 형태로 보유한 비자금 수천억원을 측근들과 함께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회장 모친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 해 회계서류와 전표 등을 확보했다. 조만간 이 회장 모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연일 강도 높은 수사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이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이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굵직한 기업 수사는 통상 대검찰청 중수부나 전국 최대 검찰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이 도맡았을 사안이다.
그러나 서부지검에는 기업 수사에 정통한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작은 규모에 비해 최대의 수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 내 대표적인 강력통으로 강한 조직 장악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남기춘 검사장(사시25회)이 서부지검의 수장이다. 또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장을 거치며 금융·기업 범죄 수사통으로 불리는 봉욱 차장검사(29회),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팀에서 활약한 이원곤 형사5부장검사(34회) 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수사라인은 제2의 대검 중수부로 불릴만 하다는 평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한화그룹의 수사는 서부지검에서 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배당했다”는 말처럼 서부지검은 검찰 안팎에서 ‘기업수사’ 전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치인 ‘저승사자’ 북부지검… 수사과정 ‘논란’도 일어
정치인의 저승사자 역할은 서울북부지검이 맡았다. 서부지검이 ‘기업비리’ 전공이라면 북부지검은 ‘정치인 비리’ 전공인 셈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지검내 ‘특수부’로 불리며 거물급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북부지검은 현재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건설업자 등에게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장 의원이 자신의 회계책임자와 보좌관 등의 명의로 된 계좌를 통해 2004년부터 지난 7월까지 후원금 명목으로 6000만~7000만원을 받았다는 것.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장 의원은 “소액의 후원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고 차명계좌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며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북부지검은 조만간 장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또 한 사립 고등학교 행정실장 이모씨가 부지 매각을 도와 달라며 건넨 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 등)로 A 국회의원 보좌관 안모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의원도 현정부 실세 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앞서 지난 15일 북부지검은 6·2 지방선거 출마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김희선 전 민주당 의원을 구속했다. 김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야권의 거물급 인사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사정하는 북부지검이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북부지검은 지난 13일 A 의원 보좌관 안씨에게 제3자 뇌물취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청구사실에 있어 다툼의 여지가 많고, 안씨에게 방어권을 줄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 의원 측에 따르면 검찰의 영장청구사실에는 2007년 11월 학교재단이 먼저 성북구청에 23억원 저가 매각 요청을 한 일 등 주요 사실관계가 누락돼 있었다. 이는 학교가 벌인 로비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사항이란 게 A 의원측의 설명이다.
A 의원 측 관계자는 “구속된 이씨가 주장한 메모내용과 일방적 주장에 의존해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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