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정창섭 회고전

2010-08-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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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제1세대 화가로 우리나라 미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정창섭(丁昌燮, 1927~)의 작품세계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이번 전시회는 정창섭이 1953년 국전 특선으로 화단에 등단한지 60여 년만에 국·공립미술관에서 처음 열린다.

   
 
닥 86088, 1986, 캔버스에 닥, 330x19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창섭은 전통을 현실 속으로 끌어 들여 한국인의 미의식과 추상의 접점을 찾는 실험을 통해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움을 머금은 '한국적 추상 회화'를 성립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으로 심화된 그의 작품을 통해 한 예술가의 고뇌와 깊이, 한국 현대 미술사의 굴곡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정창섭은 앵포르멜(비정형회화, 2차 세계대전 후 일어난 서정적 추상의 한 경향)에서 시작해 모노크롬(단색화)을 거쳐 닥종이를 사용한 '닥', '묵고' 등 주로 한국 고유의 전통성을 표현한 작품을 그렸다.

서양화를 통해 회화의 기초를 연마했지만 정창섭은 결국 동양의 수묵화처럼 엷게 번지고 스며드는 자연주의적 화법을 실험하게 된다.

그러던 1970년대 중반, 그는 한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한국인의 민족성과 정신을 상징하는 종이를 재료로 사용하고, 더 나아가 종이의 원료인 닥을 주재료로 다루면서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닥'연작은 물기를 머금은 닥 반죽을 캔버스 위에 올려, 손과 닥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발현되는 섬세하고 미묘한 종이 결을 표현했다.

그는 닥이라는 침묵과 무명의 상태를 전제로 물질이 지닌 고유의 생명력을 이끌어냈다.

금욕주의적 색채와 질서정연한 사각 형태 등 최소한의 언어를 보여주는 그의 마지막 연작 '묵고'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다음달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전시설명회(평일 오후 2시, 4시)와 닥종이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했다. 오는 14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회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3000원이며,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oca.go.kr) 혹은 02-2188-6000를 통해 얻을 수 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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