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총장 인터뷰 -“대학의 글로벌화는 이 시대의 대세”

2009-10-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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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대학들 간의 교류를 강조한다. 지역 간 인적교류, 학술협력 등을 통해 대학의 질을 높이고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100년 전통의 사학 명문 고려대학교가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담은 세계 선도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베이징 인민대학 교정에 ‘고려대학회관’ 준공식을 갖고 국제화 프로젝트의 힘찬 서막을 알렸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비전2030’을 이끌고 있는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을 만났다.

-21세기에 접어들어 고려대학의 모토가 ‘민족 고대’에서 ‘글로벌 KU’로 바꿨는데 의미와 성과를 소개한다면.

"민족 고대가 ‘글로벌 고대’를 추구한다고 해서 ‘민족’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21세기에 들러서 국가뿐 아니라 대학들도 더욱 글로벌화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지난 10여 년간 본교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거의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본교가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해온 부분은 영어강의 비율 확대와 의무화이며, 이를 위해 교원확충과 학생의 해외 파견 및 외국인 학생 유치 강화를 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하계대학과 우수한 한국어 문화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간 4,000여 명의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등 규모나 품질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 총장께서는 취임 초에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강조하셨는데, 고려대학이 추구하는 글로벌화 전략과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우리나라 실학 역사를 연 연암 박지원의 초정집서(楚亭集序)에 나오는 ‘법고창신’은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 창신이능전(創新而能典)’에서 따온 말입니다. 옛 것을 본받되 오늘의 현실에 맞게 변화할 줄 알아야 하며, 새것을 만들되 옛 것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이지요. 글로벌화는 오늘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입니다만, 근본을 모르는 글로벌화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이 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과도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은 ‘글로벌 명품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총장께서 생각하시는 글로벌 명품 인재의 조건과 양성 프로그램은 무엇인지요.

"제가 생각하는 글로벌 명품 인재란 문학∙사학∙철학∙자연과학∙사회과학에 대한 소양을 갖추고 영어를 비롯하여 3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봉사와 희생정신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로, 올 7월에 교양교육원을 신설하여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다인종∙다문화 가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리더란 적어도 3개 외국어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을 갖추었더라도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리더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봉사단을 창설하고 사회봉사와 체험학습을 정규화 할 계획입니다."

-고려대학은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미국∙영국∙캐나다∙중국 등 세계 곳곳에 ‘거점캠퍼스’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국 인민대학에서는 ‘고려대학회관’ 준공식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대와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요.

"본래 해외 거점캠퍼스 구축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본교 글로벌화의 핵심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캐나다 UBC∙미국 UPENN과 UC, Davis∙영국 로열할러웨이대학∙호주 그리피스대학 등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수립하여 현재까지 많은 학생들을 이들 대학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민대학 내에 건립한 ‘고려대학회관’은 지상10층, 지하 2층의 연면적 6,479㎡(약 2000평)로 기숙사, 연구실, 강의실, 세미나실이 두루 갖추어진 제법 규모 있는 건물입니다. 앞으로 인민대학에서 연구와 학업을 하는 학생과 교수들을 위하여 활용되며, 본교 중국사무소와 한국학 및 아시아학 관련 연구소 등이 입주할 계획입니다."

-‘비전 2030’에서도 밝혔듯이, 교육프로그램과 연구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제고하고 경영관리 시스템 효율화 등을 통해 2015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학들에 평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학들의 국제화를 평가하는 자료는 아마 영국의 ‘더 타임즈’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대학 평가 자료나 ‘조선일보’에서 최근 발표한 아시아대학 평가 자료의 국제화 부문이 아닐까 봅니다. 이를 자세히 보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대학들은 거의 만점을 받는 반면, 중국∙일본 및 국내대학들은 평균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실질을 반영하고 있다기보다 수치화하기 쉬운 ‘외국인 교원의 비율’이나 ‘상호 파견학생의 비율’ 등이 주로 평가 자료로 참고하고, 기준자체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에게 다소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도 국제화 노력을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마다 영어수업 비중을 높이고 행정인프라의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요. NAFSA(국제교육자협회) 등 국제 교육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국내대학도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현실에서 분명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국내대학들에 대한 평가는 점점 좋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고려대학의 목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며, 다른 국내대학들도 동반 발전하기를 희망합니다."
이필주 중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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