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사업(R&D)에 투입된 10조8000억원의 예산이 연구과제 선정 과정의 유착, 연구비 목적 이외 술값 지출 등으로 인해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7일 권익위가 전문기관 및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R&D사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과제 선정과정의 불공정성과 예산집행 및 성과평가 운영과정의 효율적 통제 미비 등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었다.
감독기관이 산하 전문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이용해 과제선정·평가 등에 대한 부당압력을 행사하거나 주무부처 산하 또는 퇴직공직자가 재취업하는 특정 연구기관에 사업과제를 밀어주기식으로 선정하는 행태가 드러났다.
모 부처의 K 사무관은 산하 기관이 발주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일부과제를 지인에게 공모케 해 100억원 상당의 연구과제 책임자로 선정한 것이 자체감사 결과 적발됐다.
또 과제선정에 관여하는 평가위원 등이 과제신청자로부터 청탁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인맥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모 기관의 전문위원 S씨는 연구과제 선정대가로 4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비에서 업무추진비 명목을 임의로 설정해 목적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신용카드대금 결재에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 대학 산학협력단은 과제와는 무관하게 사업단장 외 3명에게 210만원을 현금 지급하고, 차량수리비, 식대 등 개인용도로 2년간 1137만원 지출했다.
국가R&D사업 참여 연구기관의 기반시설 미비 및 연구책임자의 과도한 연구과제 수탁으로 연구 성과의 부실을 초래하거나 연구결과 평가가 불량한 과제에 대한 연구비 환수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실제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평가결과, 2006년 51개 R&D사업(1조6038억원) 중 우수 이상의 B등급이 전체의 19%인 10개인 반면, C등급(미흡) 이하는 전체의 81%인 41개에 달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연구과제 공모 시 평가기관 내부관계자 응모 배제 도입, 연구비 집행기준 및 부실과제 연구비 환수방안 등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이 수용돼 국가R&D사업이 투명하게 추진되고 효과적인 연구비 집행과 사후관리체계가 마련되면 기술개발의 성과가 보다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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