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그룹 발전을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부동산신탁업체 인수전에 참여하고 전업계 신용카드사 설립을 준비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2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대부분은 태산 LCD의 키코 손실 등 은행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해 은행 부문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지주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물로 내놓은 한국자산신탁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캠코의 자회사인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신탁 전문회사로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69억원, 당기순이익 134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신탁 사업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국민은행이 이미 진출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등 수익성이 보장된 영역이다.
현재 한국자산신탁 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은행-대신증권 컨소시엄, 한길 사모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 외국계 사모펀드 등 5곳이 참여한 상태다. 한국자산신탁은 리스크가 높은 개발신탁 자산이 거의 없는 등 우량업체로 분류돼 매각가격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신탁업체 관계자는 "한국자산신탁 인수에 가장 열성적인 곳이 하나금융지주"라며 "국내 부동산신탁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은행권 후발주자로 사업영역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의 카드부문을 분사키로 결정한 것도 그룹 내 확실한 캐시카우(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부문)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 사업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은행이나 증권에 비해 리스크가 낮은 부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이강태 전 삼성테스코 부사장을 오는 10월 출범하는 하나카드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분사 절차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SK텔레콤과의 투자 협상을 매듭짓는 것이 선결 과제다. 하나카드 출범 전까지 SK텔레콤과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금융과 IT의 제휴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신한금융지주의 효자 계열사로 자리잡은 신한카드와 달리 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회사 중 가장 늦게 출범한데다 최근 은행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어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점"며 "부동산신탁업체 인수나 카드사 분사 등은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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