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강세로 증권업계 실적도 크게 좋아졌으나 외국에서 쏟아지는 부정적 보고서 탓에 국내 증권사가 울상이다.
해당 회사가 국내 증권업계 실정을 모르는 부적절한 평가로 일축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 하고 있어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계 증권사는 그동안 기업분석을 유보해 온 국내 증권사에 대해 비관론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먼저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우리투자증권을 두고 사업구조에서 특징을 찾기 어렵다며 혹평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삼성증권에 대해 이익 창출력을 문제 삼았고 JP모건은 미래에셋증권에 낮은 점수를 매기면서 펀드 판매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부정적 보고서는 주가 급등으로 국내 증권사 주가가 작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초 이후 40% 이상 급등한 증시 덕분에 거래대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증권업계도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었지만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오히려 나빠진 것이다.
이 탓에 연중 최고로 뛰었던 국내 증권사 주가도 돌연 약세로 돌아섰다.
실제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28일까지 1만85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3.24% 급락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1.43% 떨어졌고 미래에셋증권은 3.45% 밀렸다.
메릴린치는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보고서에서 "별다른 강점이 없다"며 "주가 역시 당분간 힘을 쓰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메릴린치는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로 제시하고 "그나마 투자은행(IB) 부문이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지만 절대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IB 수수료는 너무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해외 평가에서 수년째 국내 1위로 뽑혀 온 삼성증권 역시 혹평을 피하지 못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입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가늠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했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로 내놨다. 향후 3년 동안 예상 ROE는 7.5~9.9% 수준으로 2007년 17.1%에 비해 턱없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부진한 펀드 판매에 발목을 잡혔다. JP모건은 "펀드 판매가 회복되면 주가도 재평가를 받겠지만 내년까진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제 올해 주가도 펀드 환매에 따른 부담으로 코스피 대비 32%나 덜 올랐다"고 전했다.
이런 혹평에 해당 증권사는 급변해 온 증권업계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한 채 과거 잣대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적했지만 국내 자본시장 확대로 장기적 수익원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런 잠재력을 낮게 평가한 점은 국내 증권업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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