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미숙한 대북 접근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사태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DJ 측이 21일 공개한 올해 고인의 일기를 보면 DJ는 지난 5월25일자에서 이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고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4월14일 북한이 6자회담 불참과 핵개발 재추진을 발표한 데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6자회담은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1대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고 전망했다.
DJ는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이어 5월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고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서거에 대한 거국적인 추모 열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와 관련, "인류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이론 같이 경제형태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이 헤게모니를 쥔 역사 같다"며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DJ측 최경환 비서관은 "2008년과 2009년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고인은) 두 해 두권의 일기장을 남겼으며, 오늘 공개한 것은 2009년 일기장의 일부"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마지막 생각, 국민과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을 되새기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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