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마지막 일기…"몸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노력"

2009-08-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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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명명
삶에 대한 성찰, 북핵문제, 서민에 대한 관심,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 담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장 일부가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의 유족측은 21일 오전 공식 추모 홈페이지에 김 전 대통령의 일기 일부를 게재했다.

이번에 공개된 일기는 김 전 대통령이 올해 1월1일부터 입원하기 1달전인 6월4일까지 쓴 내용 가운데 일부분이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라고 명명된 일기에는 서민에 대한 관심,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고민,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사랑 등이 오롯이 녹아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함과 감동을 안겨준다.

최경환 비서관은 "이 일기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와 마지막 생각들, 나라 및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용중 유서로 볼수 있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최 비서관은 2008년 일기는 언제 공개할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마지막 일기에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우려가 그대로 녹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UN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 등을 선언한 지난 4월 14일 일기에서 "예상했던 일"이라며 "6자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 미국과 1대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하고 예측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미숙함을 지적, 핵실험 강행 원인으로 봤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5일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이나 쿠바에 대한 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하면서도 북한만 제외시켜 북한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

그는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미국 인사들에 대한 애정과 기대도 찾아볼 수 있다.

2월 20일 방한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출국길에 안부 전화를 하자 김 전 대통령은 전화 내용을 간략히 일기에 메모하고는 "힐러리 여사가 뜻밖에 전화한 것은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라고 적었다.

3월 10일 미국의 보스워스 북핵 담당 특사가 방한 중 전화를 건 데 대해서도 "개인적 친분도 있지만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의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외신들은 전한다"고 기록해놓았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김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한 5월 18일 일기에서는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고 적었다.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해 억류돼 있던 미국 여기자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일기에 적힌 것처럼 김 전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담은 메모를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전달했고, 이는 현재 진행중인 북-미 관계 변화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해서도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일기장에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바람을 적는 등 평범한 인간의 면모도 보였다.

1월1일 새해에 10시간 세배를 받았다는 김 전 대통령은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고 적었다.

아내와의 사랑을 보여주는 1월11일자 일기는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점심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 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봐야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엿볼 수 있다.

1월17일자에서 "외신기자 클럽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보고싶다'는 댓글을 볼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20일자 일기에서 "5인이 죽고 10여인이 부상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가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한탄했다.

16일자에 나온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는 부분은 현 정국과 관련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긴다.

DJ는 "날씨추운 설날에 가난하고 임금 못받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것"(1월26일)이라고 안타까워했고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1월14일)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서민만을 생각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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