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관식이 20일 거행된 가운데 온 대한민국이 추모의 분위기로 가득찼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입관식을 가진 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차려진 빈소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과 측근들은 큰 슬픔에 잠긴 채 조문객들을 맞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눈물의 입관
고인의 입관식은 천주교식으로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됐다. 입관식에는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 (홍길, 홍업, 홍걸씨) 그리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 등 모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누운 관 바로 왼편 의자에 앉아 내내 울음을 흘렸다. 다른 참석자들의 손에는 모두 촛불이 들려있었다.
이 여사는 빈소로 이동할 때에도 비서진이나 수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걷는 모습이었다. 고인에 입혀진 수의는 이 여사가 수년 전에 고인과 함께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고인에 대한 마지막 선물로 친필 편지가 담긴 자신의 자서전 ‘동행’과 뜨개질로 짠 배덮개, 고인이 생전 즐겨보던 성격책, 손수건을 드렸다.
동행에 담긴 마지막 편지에는 이 여사의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짙게 묻어났다.
특히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오후 4시 30분, 김 전 대통령의 운구를 태운 차량이 공식 빈소가 마련된 국회 광장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구차량이 나서는 출입구 근처 육교에서는 슬픔에 잠긴 수백명의 시민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전송했다.
◆DJ 영구, 국회빈소 안치
김 전 대통령의 유해가 실린 영구차는 신촌 로타리-서강대교를 통해 오후 4시 30분께 국회빈소에 도착했다. 당초 일정보다 2시간 30분 정도 늦은 시각이다.
섭씨 30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날 국회 앞 잔디광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500여명의 조문객들이 운집한 채 김 전 대통령의 영구를 맞았다. 국회 정문 앞·측면 계단에는 각 계에서 보낸 조화들이 늘어섰다.
이 가운데 핼쑥해진 이 여사와 휠체어를 탄 장남 홍일씨, 차남 홍업씨 등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을 올렸다. 광장에 운집한 조문객들은 이를 엄숙하게 지켜봤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군데군데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여성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 등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각 교섭단체 등 국회 관계자들이 차례로 분향을 올렸다.
이후 오후 6시께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서울 합정동에서 무역업에 종사한다는 김모씨(49)는 “고인이 서거하신 후에도 업무가 바빠 병원빈소를 찾지 못했는데 마침 가까운 국회의사당에 빈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다”며 애도를 표했다.
정부 장의위원회(위원장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부터 국회 내 별도 상황실을 설치하고 공식적으로 국장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국회 또한 임인규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실무지원단을 구성키로 했다.
허용범 국회대변인은 이날 “빈소는 국장기간 내내 24시간 개방하며 일반 조문객의 편의를 위해 여의도, 대방, 당산역에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22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정진섭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진행된다. 23일 당일에는 발인식-영결식-노제-안장식 순으로 국장절차가 추진된다.
아주경제= 안광석 김종원 팽재용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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