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이면에 내재돼 있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낙관론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9.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이 하락하기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7월 제조업지수 역시 48.9를 기록, 전달보다 4.1포인트 오르며 기업경기 회복 기대감을 자아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7일(현지시간) "최악의 경기침체가 지나갔다는 추가 징후를 발견했다"며 "경기침체의 종료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같은날 바클레이스캐피털은 아예 "미국과 독일이 지난 6월과 4월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 금융통화정책 당국자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로 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브라이언 베튠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회복기로 선회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FRB는 신중하게 낙관론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FOMC에서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를 예고하는 논의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도 신중론을 폈다. 그는 10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2차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미국 경제의 자유 낙하가 끝났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크루그먼은 "미래 성장원이 마땅치 않아 문제"라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실업률이 치솟을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중국이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호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관차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소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내년이면 미국의 실업률이 11%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경제를 반전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힘이 실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표상으로 실업률이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임금 수준은 최근 일년 새 4.7% 하락했다. 하락폭으로는 지난 1960년 이후 최대치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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