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소비자 만족도와 품질을 앞세워 의미 있는 성적을 얻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 이면에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10년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권토중래의 각오로 강산이 변하도록 갈고 닦은 결과다. 이제는 창조적 품질경영에 나설 태세다.
반면 과거는 어두웠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6년. 현대차는 ‘엑셀’을 미국으로 처음 수출하면서 현지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엑셀’을 밟으며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현대차에게 미국시장은 급브레이크를 선물했다.
첫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저가(低價)를 무기로 미국시장에서 엑셀을 16만대 이상 팔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엑셀신화’를 만들며 한국차 돌풍을 일으켰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낮은 품질과 서비스망 부족으로 결국 ‘엑셀’은 ‘싸구려 차’로 전락하고 만다. 치유하기 힘든 내상을 입은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후 한동안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요원한 것으로 여겨졌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9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부터다. 정 회장은 ‘싸구려 차’ 현대차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품질 최우선경영’과 ‘현장경영’을 내세워 미국·중국·인도 등 국내외 생산거점 가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2004년 미국 제이디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사상 처음 도요타를 제치며 일반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거나 ‘지구는 평평하다(The Earth is flat)’고 표현했을 정도다. 뉴욕타임즈와 USA투데이 등 해외 유수 언론들도 기사를 쏟아내며 놀라워했다.
◇제2 품질경영 추진‥유럽시장 판매증가 청신호
2년 뒤인 2006년에는 사상 최초로 일반브랜드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톱 메이커 수준에 오른다. 지난 22일(미국현지 시간)에는 역대 최고 점수로 1위를 차지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럽시장 확대에도 긍정적 신호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현대·기아차를 도우려는 듯 폐차인센티브제가 시작된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놓치지 않고 신차 출시 및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신속히 대응했다.
지난 4월 22일 영국 정부가 폐차인센티브제도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인센티브 지원 모델과 가격을 재빠르게 발표했다. 시행 전부터 기아 피칸토(모닝)와 현대 i시리즈 모델의 문의와 주문이 쇄도했다.
결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글로벌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5월 영국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4.8%나 감소한 반면 현대와 기아차는 같은 기간 각각 36.6%, 20.5% 증가했다. 선주문만 현대차가 8246대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포드(8050대), 도요타(7800대), 폭스바겐(4591대)을 따돌린 것이다.
긍정적 신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폐차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i20나 기타 소형 모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EU기준 현대차가 소형차급에서 올해 1∼5월까지 전년대비 30%가량 늘었다. 현대·기아의 올해 유럽 시장 점유율 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정몽구 회장 주도로 강력한 고객 최우선 품질경영의 성과에 힘입어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뤄냈다”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다시 한 번 품질로 극복하고 품질로 미래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실질품질 3년 내 세계 3위, 인지품질 5년 내 세계 5위’ 달성을 위해 제2의 품질경영인 ‘창조적 품질경영’을 추진키로 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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