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5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에 다니던 A씨(39세, 남성)는 지난 3월 초 회사로부터 이직을 종용받았다.
A씨가 속한 사업부를 닫기로 했으니 3개월 안에 다른 직장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 기업은 2년 전부터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외형을 키웠지만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자 핵심 사업부가 아닌 곳부터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A씨는 "회사에서 사직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아들과 함께 사는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며 "아내는 아직 이런 사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예전에 헤드헌팅의 제안을 받았던 회사도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찾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4월 들어 통계상으로는 취업자 감소세가 둔화되고 실업률도 다시 3%대로 내려가는 등 고용 악화가 다소 진정대는 분위기다.
하지만 30~40대는 전혀 다르다. 세계적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던 이들 계층에게 고용 한파 영향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30대의 실업률은 4.1%를 기록해 지난 2001년 2월 4.3% 이후 8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0대의 실업률 급등은 30대보다 한달 먼저 찾아왔다. 지난 3월 40대의 실업률은 2.9%로 2001년 4월 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4월 들어 2.6%로 다소 진정됐다.
30~40대 중에서도 가정에서 소득 비중이 높은 남성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30대 남성의 경우 실업률이 4월 4.6%까지 치솟았다. 전체 평균 실업률 3.8%보다 무려 0.8%포인트나 높다.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가장 커지는 40대 남성의 경우도 3월에 실업률이 3.4%까지 올라 2001년 4월(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들어 3%로 낮아졌지만, 이들의 실업률이 보통 2%대 초반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고용의 핵심계층인 중장년층으로 실업이 옮겨가게 된다면 가정이 붕괴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들은 자녀 교육비 부담이나 부모세대에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계 수입의 장 중요한 구성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용 상황이 한동안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처음에는 신규 채용을 줄이는 줄이는 방향으로 취업자를 줄였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니까 핵심 근로 연령대까지 줄이고 있다"며 "이는 고용 상황이 빠른 시간내에 바닥을 칠 게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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