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네 번째 '물류대란' 가능성 고조

2009-05-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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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주 1만5000여 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15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운송거부(총파업)를 결의함에 따라 지난 2003년, 2005년, 지난해에 이어 네 번째 '물류대란'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매뉴얼에 따라 대체 차량 확보 등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동시에 화물연대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정부 측을 상대로 요구 사항을 제시하면 성실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단순한 물류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등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특수고용직 노동권 인정 등 쟁점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이번 결의를 통해 내건 파업 명분은 ▲ 특수근로형태 종사자 노동기본권 쟁취 ▲ 대한통운 해고 택배노동자 복직 ▲ 운송료 인하 중단 등이다.

현재 정부는 화물연대를 합법적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대 구성원인 화물 지입차주들이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인 만큼, 노동 3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이다.

지난해 물류대란 당시에도 화물연대 측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주장했으나, 정부의 확고한 '절대 수용 불가' 방침에 밀려 끝내 관철하지 못했다.

올해는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 화물 지입차주뿐 아니라 택배기사·학습지교사·골프장 경기보조원·대리운전 기사 등 같은 성격의 이른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노동권 문제를 광범위하게 제기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이 부분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화물연대 간부 고(故) 박종태 씨의 자살 사건은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었다. 박 씨는 최근 대한통운과 배달수수료 인상 여부를 놓고 대치하던 개인 화물차주들을 지원하고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지난 3일 대전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올해 화물연대 사태는 시기만 비슷할 뿐 지난해와는 성격이나 전개 추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작년의 가장 큰 쟁점은 유가 폭등에 따른 화물차주들의 '생계 보장'이었다. 5년째 운송료는 동결된 상황에서, 경유값이 리터당 2천 원에 육박하자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상당수 국민으로부터도 심정적 지지를 얻었던 게 사실이다. 

◆ 정부 초기부터 강경기조…업무개시 명령

아직 파업 여부나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결의와 동시에 육상운송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조정했다.

아울러 운송방해 행위 등을 막기 위한 경찰력 배치, 군 컨테이너 차량 투입과 자가용 화물차 유상운송행위 허가, 철도 및 연안해운 수송능력 확대 등의 비상수송대책 시행 준비에도 들어갔다.

지난해 화물연대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올해 정부는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집단행동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초기부터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집단행동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서는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며, 차량을 이용해 교통을 방해하면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키로 했다. 미복귀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또는 화물운송자격 취소 등의 중징계로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2003년 물류대란 이후 도입된 업무개시 명령은 지난해는 실제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업무개시 명령 제도는 운송업무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국무회의를 거쳐 내려진다.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운수업 관련 면허 취소 등의 처벌을 받는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번 집단 운송거부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에 대해 택배 배달수수료 인상(30원) 투쟁을 전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지회장 박종태 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하고 있으나, 명분과 실리가 없는 불법적 집단행동"이라며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작년 1주 파업에 수출입 72억 달러 손실

지난해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여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제품 출하 길이 막히고 원자재 공급이 끊기면서 당시 우리 경제는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한국무역협회 하주사무국 및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 차질액만 수출 36억1천800만 달러, 수입 36억4천만 달러 등 총 72억57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하주사무국에 접수된 직접 피해 신고액만 따져도 수출은 148개사 1억230만 달러, 수입은 73개사 4810만 달러에 달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야적장 포화로 이틀간 공장 가동을 중단 또는 축소했고, 하루 30억~40억 원의 피해를 봤다.

현대·기아차는 내수 및 수출용 자동차들을 대리점이나 수출항으로 실어나르지 못해 1만2천여 대가 공장 인근에 발이 묶여 곤욕을 치렀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건설 현장은 자재 재고가 바닥나 공사 중단 위기까지 맞기도 했다.

올해 '특수고용직 노동권'이라는 공통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화물연대뿐 아니라 민노총 산하 건설·운수노조나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 등에 속한 덤프트럭·레미콘기사·택배기사 등이 모두 운송 거부에 동참할 경우, 국민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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