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 실수요자 몰린다

2009-02-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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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이후 버블세븐 지역과 강북권을 중심으로 한 일반 아파트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집이 없는 무주택자이거나 큰 면적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로 투자목적이 대부분인 강남권 재건축 수요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1지구의 경우 올들어 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가격도 112㎡기준 3천만-4천만 원 가량 상승했다.

   올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2지구도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최근 매매값이 2천만-3천만 원 뛰었다.

   T공인 관계자는 "연초 금리가 하락했고, 집값도 빠질 만큼 빠졌다는 생각에서인지 올들어 거래가 부쩍 늘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는 거의 없고 직접 거주할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급매물이 소진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는 전통적인 학군 이전 수요에다 면적 '갈아타기' 수요까지 맞물렸다. 66㎡를 팔고, 89㎡를 매입하거나 89㎡를 팔고 115㎡를 사는 식이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나온 급매물 중에는 단지내 집주인들이 가격이 떨어졌을 때 큰 평형을 잡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것들이 많았다"며 "연초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가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도 아직 거래는 뜸하지만 설연휴 이후 실수요자들의 문의전화는 소폭 증가했다.

   노원구 상계동, 은평구 불광동의 경우 집값을 알아보려는 문의가 설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상계동 P공인 대표는 "설 이후 전세가 소화되기 시작하면서 매매를 찾는 사람도 생겼다"며 "현 시세보다 싼 매물을 원해 거래는 잘 안되지만 일단 매수자들의 반응이 있다는 것은 설 이전과 달라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불광동의 L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조금만 더 빠지면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의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주물량이 몰려 약세를 면치 못했던 화성 동탄1 신도시도 올들어 실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구입하면서 '입주쇼크'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3.3㎡당 1천만 원 이하로 시세가 떨어졌다가 최근 인기단지를 중심으로 1천만-1천100만원 선을 회복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미 재건축 가격 상승 여파로 강세로 돌아선 강남, 송파, 서초구 일대도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의 입질은 계속되고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일반 아파트는 실거주를 하려는 비강남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호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거래는 안되지만 싼 매물을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수요 없이 실수요만으로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수요자 역시 경제위축으로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더 나빠지면 언제든지 주택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다.

   우리은행 강남 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실수요자는 호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기침체속에 그 숫자도 한정돼 있다"며 "투자수요가 붙지 않는 한 집값을 끌어올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최근 실수요자들은 철저하게 고점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졌거나 싼 매물이 많은 대규모 입주단지의 급매물만 노렸다"며 "그만큼 수요자들이 영리해졌다는 의미이며 당분간은 저가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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