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5층 안팎의 판상형 아파트가 50층의 탑상형 아파트로 바뀔 경우 비록 부지 면적의 25%를 기부체납하더라도 주거환경, 경관이 좋아지고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무형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한강발(發) 집값 불안'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강변에서 재건축을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단지는 18개 단지 1만4천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는 앞으로 서울시의 통합 개발 계획에 따라 재건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동은 과거 60층짜리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어 앞으로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구 현대 3차와 4차가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고, 한양 7차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세계 경제가 불안해 갑자기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소형 급매만 소진됐고, 대형은 안 팔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면 한동안 거래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구정과 함께 전략정비구역에 속해있는 여의도, 이촌동 등지에는 현재 여의도 시범아파트(1천584가구)와 용산구 이촌동 렉스(460가구), 삼익(252가구), 강변(146가구), 왕궁(250가구), 중산1차 시범(228가구), 한강맨션(660가구) 등이 재건축 추진위 단계이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 가운데 이촌동 렉스는 가장 먼저 기부체납 25% 조건으로 50층짜리 가구수 증가 없는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아파트 이상우 재건축 조합장은 "초고층 탑상형으로 짓는다면 녹지공간이 늘어나고 쾌적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며 "판상형으로 지을 때보다 미래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신천동 장미 1-3차와 진주 등은 제2 롯데월드에 이어 겹호재를 만났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면 쾌적성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고 아무래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릴 것"이라며 "올 들어 가격이 단기급등하면서 2천만-3천만원 정도 빠지는 분위기였는데 시 발표와 동시에 다시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초고층으로 재건축되면 분양가가 높아져 인근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 김태섭 연구실장은 "초고층은 철골구조로 벽식구조인 일반 아파트에 비해 건축비가 많이 들고 마감재 비용도 비싸다"며 "한강변은 특히 주거여건이나 교통의 핵심지역으로 집값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해왔던 만큼 재건축의 분양가 상승이 집값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집값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물 경기 침체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강변 50층 재건축 허용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알려진 호재인데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승세를 견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저금리 등 각종 호재와 맞물려 가격 하락세를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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