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직 종사 공무원 처우개선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해야

2009-01-14 10:26

- 국회의원 김소남

지난 2008년 12월 5일 12시 09분, 서이천에 위치한 냉동창고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이천소방서에 접수되었다. 신고를 받은 즉시 출동한 소방관들의 신속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7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부상당했으며, 부상자 가운데는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앞서 8월 20일 새벽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진화에 나섰던 3명의 소방관이 화재로 약해진 천장이 붕괴하면서 매몰되어 한꺼번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순직하거나 부상한 소방관이 최근 5년 동안 순직자 39명을 포함하여 1,690명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생기는 부상으로 고통 받고, 순직과 과로사로 희생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3교대 근무제도 우리나라는 아직 부분적으로만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존경받아야 할 직업인 소방관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로 소방관이 빠지지 않는다. 소방관이 고위험 직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고, 또한 그들의 위험과 희생에 대해 그만한 대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직 공무원과는 달리 소방관의 직급체계는 11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고 간부계급이 매우 적은 첨탑과도 같은 구조로 인사적체도 심각하다. 이처럼 격무와 과로로 지치고 위험과 공포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것은 소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부터 직급 승진 후 5년이 넘은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우공무원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점은 이처럼 위험직에 종사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없던 소방직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우공무원제는 일반직과 기능직 공무원과 군무원에 대해서는 1990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소방직과 경찰직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대우 공무원 심사를 거쳐 징계 경력이 없고 근무성적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바로 윗 계급의 ‘대우’ 자격을 받게 되며, 월 봉급액의 4.8%(평균 약 10만원)를 대우공무원 수당으로 받게 된다. 이런 제도의 도입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사형평성과 사기진작에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우 공무원제가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일반직공무원은 평균 19년 정도의 근무경력이면 6급까지 근속 승진될 수 있다. 반면 소방직은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방위(지방소방위)의 근속승진에 40% 탈락률이 적용되는 등 이들이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직책에 오르려면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공무원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위험직에 종사하면서도 인사에서는 상당한 불리함을 안고 있는 소방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있어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회와 정부차원에서 위험직 종사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다. 아직도 119 허위신고로 인한 출동으로 소방력이 심각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목숨을 걸고 이웃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배려야말로 소방관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명쾌한 해답이며, 감동소방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명약이다.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적인 관심으로 더 이상 큰 화재도, 희생도 없기를 기대하며, ‘어느 소방관의 기도’ 한 구절을 읊어본다.

신이시여! 내 차례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게 하시고,

불평하지 않고 강하게 하소서

내가 들어가서, 어린 아이를 구하게 하소서

나를 일찍 거두어 가시더라도 헛되지는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그의 내민 손을 잡게 하소서.

- 어느 소방관의 기도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