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교육.의료비 줄인다

2009-01-1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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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의 여파로 학원비를 줄이는 가계가 늘면서 전체 학원업계가 흔들리고 있지만 입소문이 난 몇몇 학원은 호황이다. 예비중학생 자녀를 둔 유모(41)씨는 "요즘 어렵다고 하지만 대치동 유명 학원들은 `입학' 시험을 통과하기도 쉽지 않고 1년 전부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놔야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 고혈압이 있는 김모(55)씨는 지금까지 종합병원에서 혈압약을 타왔지만, 한달전부터 보건소를 찾고 있다. 김씨는 "특별히 합병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어서 보건소에서 처방을 받고 있다"며 "한번 처방전을 받는 비용이 500원에 불과해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교육과 건강 지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강남의 일부 고소득층 가정은 여전히 고액과외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 가계는 자녀들의 학원비를 줄이고 있다. 저소득층은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지자 일반병원 진료를 자제하고 보건소를 찾고 있다.

◆소득 상-하위층 사교육비 격차 최대
교육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으로 상승할 있는 주요 통로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녀들의 학원수강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14일 통계청의 `작년 3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득계층별 보충교육비(사교육비) 지출액의 격차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전국 가구의 보충교육비 지출액은 소득수준 상위 10%가 월평균 39만2932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의 30만4783원보다 28.9% 늘어나 2006년 1분기(31.8%) 이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소득수준 하위 10%의 보충교육비는 월평균 4만3520원에서 3만699원으로 29.5% 줄어들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위 10%의 보충교육비를 하위 10%로 나눈 배율은 작년 3분기에 12.8배로 전분기의 8.9배에 비해 확대되면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3분기 기준으로 상·하위 10% 간의 격차는 ▲2003년 6.6배 ▲2004년 8.3배 ▲2005년 7.4배 ▲2006년 8.3배 ▲2007년 7.0배 등이었다.

학원업은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학원코리아 관계자는 "학원업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최근 한두달 사이에 크게 어려워졌다"며 "보습, 예체능에 이어 최근엔 영어유치원, 영어학원들도 타격을 입어 꽤 이름이 알려진 대형 학원브랜드들도 매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유명 학원들은 끄떡없다. 일부 유명 대형학원들은 공식적으로는 카드 결제를 받지만 학생들이 팀을 짜서 올 때에는 현금으로만 받는 등 `배짱'이다.

◆저소득층, 아파도 약 안 먹는다
보건 지출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하위 계층은 몸이 아파도 약국에 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 가운데 소득이 하위 10%인 가구의 의약품 관련 지출액은 작년 3분기에 월평균 2만580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2만6975원보다 4.3% 줄었다.

하위 10% 가구의 의약품 지출액은 2006년 2분기부터 계속 증가하다 작년 들어 1분기 -8.1%, 2분기 -10.4%, 3분기 -4.3%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의 의약품 지출액은 작년 3분기에 월평균 4만2568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만 1578원보다 2.4%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 상하위 10%의 의약품 지출액 차이는 1.6배로 1년전의 1.5배보다 확대됐다.

실제로 병원의 외래 환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감기로 외래진료를 받은 인원은 562만 명으로 전년 동월의 614만 명에 비해 8.5% 감소했다. 10월의 5.2%(543만 명→515만 명)보다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특히 폐렴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11월 10만 9천 명으로 1년 전의 14만 명에 비해 22.1% 급감했다.

공단 관계자는 "해당 연도에 날씨가 얼마나 급격히 변동했느냐에 따른 변수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진 현실이 적지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본인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건소를 찾는 인원은 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보건소장은 "외환위기 때에도 보건소 인원이 늘었는데 최근에 종합병원에 다니다가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허춘웅 서울시병원협회 회장은 "병원업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편으로 건강검진이나 경미한 질병 등은 가능한 병원 진료를 자제하려는 분위기"라며 "소득이 여유가 있는 계층보다는 어려운 계층이 먼저 병원 치료를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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