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미국의 나라 살림이 파탄날 지경이다. 미국의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3개월만에 50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벌써 지난 한해 동안 기록한 적자폭을 넘어선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2월 재정적자가 83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10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재정적자는 12월까지 3개월동안 485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으로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3개월 동안 기록한 적자는 지난해 연간 재정적자인 455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2007년 재정적자는 1610억달러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2년만에 3배나 늘어난 셈이다. 물론 2009 회계연도가 4분의1 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지출이 늘고 있지만 재정수입은 줄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나라 살림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에서는 12월로 마감한 회계연도 1분기에만 15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해 고용시장은 2차 대전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용위기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9월부터 재무부를 비롯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정책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7000억달러의 1차 구제금융의 상당 부분이 집행됐으며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 역시 8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추가 경기부양안을 준비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역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더욱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런던정경대학에서 연설한 버냉키 의장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경제 회복에 충분치 않다"면서 "정부는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데 더욱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시스템이 더욱 안정되고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정책이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연준은 여전히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수 없지만 연준은 경기침체에 맞서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강력한 수단은 통화량을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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