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목표치 미달... 감산․연봉반납 ‘자구책’
2008년 한해 국내 조선․철강업계의 기상도는 ‘다소 흐림’으로 정리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어지는 ‘조선 빅3’는 수주목표치에 미달했거나 가까스로 넘긴 상태며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으로 이어지는 ‘철강 빅3’는 자동차, 건설과 같은 수요산업부진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선 조선업계의 경우 ‘조선 빅3’의 수주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금융권의 대출이 막혀 사실상 고사상태로 빠져들었다.
전 세계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은 329만CGT(보정톤수)로 세계 시장 선박 수주 점유율 32%에 머물렀다.
지난 2분기 수주량(712만CGT)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실제 ‘빅3’의 올해 전체 수주액을 종합한 결과에서도 현대중공업은 12월 현재 누계액 219억 달러(당초 목표 290억 달러의 75.5% 수준), 대우조선해양은 누계액 116억6000만 달러(당초 목표 175억달러의 66.6%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근 브라질 선사에서 14억4000만달러 규모의 드릴십 두 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총 153억 달러어치를 수주, 목표치인 150억달러를 가까스로 돌파하는데 그쳤다.
중소 조선업체들의 처지는 더욱더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경색이 심화돼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아 곳곳에서 건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되고 있다.
그중 C&중공업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태며 벌크선 건조에 집중했던 중소형 조선사들은 벌크시황 악화에 따라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목포 삽진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 조선소의 경우 올 연말 선주에게 인도해야 하는 8만 1000t 벌크선은 선미 부분만 건조된 채 공장 가동이 두 달 째 멈춰서 있기도 하다.
철강업계 상황도 이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과 같은 수요산업들의 시황악화 여파가 그대로 전이된 것이 뼈아팠다.
특히 업계맏형격인 포스코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제품 전반에 걸친 감산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본격적인 감산모드에 돌입한데 이어 제품가 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기도 했다.
동부제철은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공급받은데 이어 내년도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연봉 30% 반납을 추진하고 있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내놓은 ‘2009 철강재 수급전망’ 보고서에도 이러한 현상이 그대로 녹아있다.
철강협회는 내년 조강 생산량이 올해 생산량 추정치보다 1.6% 감소한 5311만t에 그칠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철강수요 감소에 따른 감산 영향으로 증가세를 이어 오던 조강 생산량이 내년 들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황’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