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금 출처 눈 감아달라고?

2009-01-0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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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침체된 주택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며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건설업계는 지난 8일 국회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얼어붙은 주택 거래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주택자금 출처 조사를 면제해 준 전례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기를 조장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최근 겪고 있는 위기는 건설사들 스스로 투기로 부풀려진 거품에 빠져 공급과잉을 초래한 데서 촉발된 측면이 큰 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가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한 건 또 있다. 대주단협약 가입 여부다. 업계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주단협약 가입 업체에 대한 비밀을 지켜 줄 것과 근거없는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협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주단협약 가입 업체에 대한 신속한 지원 요청도 잊지 않았다.

결국 건설사로 들어오는 자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눈을 감아달라는 요구와 다를 게 없다. 살아남겠다는 발버둥일테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건 건설업계의 비밀주의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미분양사태만 해도 미분양을 예상할 수 있었으면서 무엇 때문에 지방에 그렇게 많은 집을 지었는지, 고분양가의 실체가 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이 없다.

전세계적인 위기라는 데 건설업계만 예외일 리는 없다. 하지만 신음소리와 함께 요구 수위만 높여서는 진의마저 의심받기 쉽다. 대주단협약만 해도 그렇다. 협약을 둘러싼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대주단협약이 건설사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투정을 부리며 지원만 바랄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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