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등급 기업 워크아웃.퇴출..속도날까

2008-12-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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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폭을 줄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이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져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는 아니지만 선별적인 유동성 지원과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기업살리기에 중점"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 및 체계'는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종창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겠다"며 "외환위기 때와 같이 이미 부실화된 기업의 일괄적 구조조정이 아닌 개별 기업과 그룹별로 추진하면서 필요한 경우 산업별로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구조조정 기구를 설립하는 대신 기존의 채권 금융기관 조정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상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다른 채권금융기관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도록 돼 있다.

   채권은행은 상시적으로 신용평가를 통해 거래기업을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 징후(C), 부실(D)의 4단계로 구분하고 B, C등급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회를 거쳐 결정한다.

   협의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채권 금융기관 조정위원회에서를 이를 조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C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과 채권단 이해관계 조정이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인 B등급도 채권 금융기관이 요청할 경우 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기촉법에 적용을 받는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채권 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을 상근으로 하고 현재 4명인 사무국 인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이 채권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의 단장도 금감원장으로 격상키로 했다.

  
◇ 환란때는 정부 주도..지금은 채권단 주도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내에 설치된 '구조개혁기획단'과 채권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통한 방식과 외견상 비슷하나 내용은 큰 차이가 있다.

   환란 때는 이미 부실화된 기업에 대한 대폭적 구조조정 추진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부실화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 금융지원과 이에 동반한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김 원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패스트 트랙(중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건설사 대주단 협약 등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설립한 기구를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는 필요할 때 정책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란 때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 금융기관 협약에 근거한 구조조정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지금은 기촉법상 기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조조정 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모럴해저드 확산 우려
그러나 정부가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구조조정은 채권 금융기관에 맡기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게 되면 구조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부실을 확산시켜 국민 부담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유동성 지원에 앞서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이 가능한 기업에 대한 선별 작업이 선행돼야 지원효과가 커질 수 있다"며 "부실기업에 지원하면 나중에 훨씬 큰 비용과 짐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통한 기업살리기에 주력할 경우 금융기관과 기업의 모럴해저드, 자원배분의 낭비, 국가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경기회복의 밑그림도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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