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침체 이미 1년 넘었다

2008-12-0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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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 사태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제조업경기가 26년래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NBER "경기침체 1년 지났다"=전미경제조사국(NBER)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12월부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1일(현지시간) 공식 선언했다.

NBER은 미국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민간기구로 지난28일 경기순환위원회를 통해 앞서 73개월 동안 지속된 경기확장 국면이 지난해 12월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을 통해 NBER은 올해 경제활동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침체의 기준에 해당한다면서 모든 상황이 경기침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미국 경제의 침체가 이미 1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평가됐다. 경기침체 우려로 1일(현지시간) 미증시가 폭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NBER은 지난 3분기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세를 유지해 경기가 침체에 진입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12월 정점을 친 후 매월 감소하고 있는 신규일자리창출건수 등 주요 지표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고 NBER은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경기확장은 지난 200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3개월 동안 지속된 이후 침체기로 전환한 셈이 됐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3번째로 긴 불황을 맞게 됐다.

문제는 이같은 불황이 최소 향후 수개월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NBER 회원인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교수는 "수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내년 중순 침체가 끝난다면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중순에도 경기침체가 진정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NBER은 특히 올들어 120만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 불안이 관건...제조업경기 26년래 최악=미국에서는 지난 11월 한달에만 32만5000건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신규일자리는 10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바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고용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형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할 경우 경기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평가하며 NBER은 경제활동 위축이 전반으로 확산되는지 여부와 지속 기간 등을 감안해 침체 여부를 분석한다.

이날 NBER의 경기침체 선언을 반영하듯 미국의 제조업경기는 26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11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38.9%에서 36.2%로 하락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36.5%를 하회한 것으로 1982년 이후 최저치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내 20개 업종의 300개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향후 경기개선 여부를 조사해 매달 발표하며 50을 기준으로,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하고 50 밑으로 빠지면 위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날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우지수가 7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는 등 미국증시 주요 지수는 8~9% 내외의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버냉키·폴슨 "경기부양에 총력"=한편 경제가 회복하기는커녕 위기가 확산되면서 정책당국자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텍사스 오스틴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신용위기가 지난 뒤에도 경제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공개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의 장기물 국채나 금융기관이 보유한 증권을 사들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포춘 500 포럼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금융위기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자금경색을 위해 대출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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