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체인 A사는 지난달 파키스탄으로 제품을 싣고 항구에 도착했지만 운송하는 동안 루피화가 폭락하고 시장이 위축되자 바이어 측은 사소한 서류상의 하자를 빌미로 인수를 거부했다.
이처럼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주문이 취소되거나 심지어 통관은 됐지만 현지에서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면서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8.3% 급감했다.
1일 수출업계와 지식경제부가 파악한 대표적인 수출주문 취소 또는 지연 사례에 따르면 비철금속을 수출하는 S사는 반가공 비철금속 원료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락으로 바이어가 선적제품 인수를 거부해 수출이 무산됐다.
철강업체인 H사도 거래처인 나이지리아 B사가 최근 철강 가격하락 등을 이유로 H형강을 계약 가격보다 20% 낮춰 달라고 요구해 수출금액이 20% 줄었다.
유럽으로 일반기계를 수출하는 I사는 발주사의 신용경색 문제로 은행이 신용보증을 거부하면서 계약 물량의 10%가 취소당했고 일반기계 업체인 K사도 미주 지역의 바이어가 주문을 취소해 5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이 무산됐다.
미국 가전업체의 청소기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D사는 미국 경기침체로 11~12월 주문이 약 30만 달러 지연됐다.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자 A사는 대만 B사가 이미 발주한 3천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내년 상반기에서 내년 4분기로 수출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현재 900만 달러 상당의 수출물량을 재고로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