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는 '엄동설한'

2008-12-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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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와 고용사정 악화로 가구주가 직장이 없는 무직가구의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6%를 돌파했고 물가 상승 및 소비심리 악화로 엥겔계수는 2004년 이후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들어오는 돈은 넉넉치 않은 가운데 대출금리는 고공 비행을 거듭하면서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그동안 억제돼왔던 공공요금도 택시요금 등을 필두로 들썩이고 있어 서민의 어려운 가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무직가구 비율 16% 돌파..사상 최고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올해 3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 중 가구주가 뚜렷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무직(無職)가구의 비율은 16.13%로 전년 같은 기간(15.57%)에 비해 0.5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고용사정이 그나마 나은 3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무직가구의 비율은 2003년 13.61%, 2004년 13.74%, 2005년 14.16%, 2006년 14.69%, 2007년 15.57%로 계속 상승해오다 올해 3분기에는 마침내 16%를 넘어섰다.

   1인 가구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총 가구수(7월1일 기준)가 지난해 1천641만7천 가구, 올해 1천667만3천 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직가구의 수는 대략 지난해 3분기 255만6천 가구에서 올해 3분기 268만9천 가구로 1년새 13만3천 가구 가량 증가한 셈이다.

   2003년과 비교하면 210만5천 가구에서 255만6천 가구로 5년 새 약 45만1천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무직가구는 가구주가 직업이 없어 직접적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얻을 수 없는 상태이므로 배우자나 가구원이 생계에 보탬을 주거나 정부로부터의 공적인 보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3분기 도시가구(2인 이상)의 무직가구 비율도 15.29%에 이르면서 역시 3분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이처럼 무직가구의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급속한 고령화, 여성의 사회활동 증대라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3분기 고용률은 올해 61.8%로 지난해 62.1%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한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28만9천명 증가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고용률이 계속 60%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는 사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무직가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경기가 나빠진 점이 무직가구 비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먹고살기 힘들다'..엥겔계수 4년만에 상승
소득 정체,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의 비중(엥겔계수)은 26.7%로 지난해 같은 기간(26.11%)에 비해 0.59%포인트 높아졌다.

   엥겔계수(Engel's coefficient)는 19세기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이 발견한 법칙으로 가계의 총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중을 가리킨다.

   식료품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일정수준을 소비해야 되므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엥겔계수는 하락하고 생활형편이 나빠지면 올라간다.

   3분기 기준 전국가구의 엥겔계수는 2003년 27.98%에서 2004년 28.81%로 상승한 뒤 2005년 27.27%, 2006년 26.27%, 2007년 26.11%로 3년 연속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소득 5분위별로 엥겔계수를 살펴보면 2분위를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엥겔계수가 상승했다.

   3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엥겔계수는 31.40%로 지난해 동기(30.93%)에 비해 0.47%포인트 상승했고 3분위(27.40%→28.21%), 4분위(26.09%→26.60%), 5분위(22.65%→23.53%)의 엥겔계수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분위의 엥겔계수는 지난해 3분기 29.05%에서 올해 3분기 28.49%로 소폭 낮아졌다.

   엥겔계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서 가계가 소비를 줄였지만 필수품인 식료품비는 더 이상 줄이기 힘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3분기 전국가구의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가구가사(8.3%), 주거비(5.9%), 보건의료(5.5%), 식료품(5.3%) 등 꼭 써야하는 의식주 관련 지출은 늘어난 반면 교양오락(-7.3%), 의류신발(-1.5%), 통신비(-1.8%) 등 문화생활이나 비 필수지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가계가 식료품 등 필수지출 외에는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출이자 부담 점차 가중
실질소득이 정체되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3분기 중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46만5천 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5.5%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는 증가율 0%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는 꾸준히 올라 서민들의 생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예금은행의 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7.79%로 전월보다 0.35%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01년 6월의 7.89% 이후 최고치다.

   올해 들어 예금은행의 대출 평균금리는 3월 6.90%, 4월 6.91%, 5월 6.96%, 6월 7.02%, 7월 7.12%, 8월 7.31%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이자 등이 포함되는 기타 비소비지출은 3분기 기준 가구당 월 평균 18만4천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2% 증가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으로 금융부채를 갚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올해 6월 말 기준 1.53배로 2007년 말 1.48배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부담도 늘어나 가계 가처분소득 대한 이자지급 비율은 작년 말 9.4%에서 올해 6월 말 9.8%로 상승했다.

   소득에서 대출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가처분소득보다 금융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정부 당국의 노력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내려가고 이는 곧 주택담보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은행들의 대출태도가 보수적인 방향으로 기울면서 신규대출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도 어려워지는 등 가계를 더욱 옥죄고 있다.

  
◇ 공공요금도 속속 인상
최근 들어 그동안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묶어뒀던 공공요금 역시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들 공공요금은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필수재라는 점에서 해당 품목의 지출 증가로 직결되며 여타 품목의 2차적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우선 이달 들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됐다.

   전기요금은 평균 4.5%, 가스요금은 7.3% 각각 올랐다. 다만 주택용(심야포함)과 일반용 갑(소규모 자영업), 중소기업(산업용 갑), 농사용 등 4개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올 4월에 오른 연탄값도 이번 겨울부터 서민생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부는 연탄 소비자 가격(공장도 가격+배달료)을 서울시 평지 기준으로 장당 337원에서 403.25원으로 19.6% 올렸다.

   택시요금도 공공요금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시는 지난달부터 3년만에 택시요금을 20.5%(중형 기준) 인상했다.

   울산시와 대전시도 20% 가량 택시 요금을 인상했으며 이는 조만간 여타 시도 지자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유가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2006년 8월 이후 동결됐던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요금도 내년 2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각각 평균 12.1%, 9.7% 오를 예정이다.

   고속버스, 시외버스(직행ㆍ일반) 운임은 이미 지난달 중순 각각 6.1%, 4.2% 인상됐으며 나머지 인상분은 내년 2월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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