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면서 자칫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한 달만에 2.2%로 하향조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로 전망했던 내년 성장률을 2.7%로 낮췄다.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을 2%대로 내려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일 3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한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속보치는 3.9%로 이보다 얼마나 더 낮게 책정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술 더 떠 해외금융기관들은 플러스 성장률은 고사하고 암울한 성장 전망치를 내놓으며 경제성장률 자체가 2%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달 UBS와 맥쿼리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0, -2.0%로 내렸다.
사실 성장률이 2%대에만 머물러도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스산할 정도다. 하물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연쇄 도산과 고용 불안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현장에서는 벌써 이같은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600대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5.0로 전달(63.7)보다 8.7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한은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 조사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11월 제조업의 업황 BSI는 전달 67에서 54로 13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47)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들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미 엄동설한인 셈이다.
이미 들이닥친 얼음장같은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다.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 모두가 한마음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경제주체간에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고, 경제기관별로 정책이 제각각이어선 곤란하다. 보다 냉정한 현실인식과 체계적인 위기극복 대책만이 지금의 국면을 벗어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