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서울지방중앙법원이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은 합법적이었다고 판결했지만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사태로 외환은행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그동안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HSBC홀딩스와 국민은행의 인수 의사에도 불구하고 불법 인수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법원의 합법 판결로 법률적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화투신의 모재성 매니저는 "(금융위기 사태로) 모든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매수자가 없다"면서 "외환은행 역시 그리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융위기 사태로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외환은행의 주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HSBC가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힌 이후 외환은행의 주가는 36%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54개 금융기관들의 평균 주가 낙폭 31%에 비해 높은 것이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인수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선언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국 금융기관은 물론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도 외환은행의 매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민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9월말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0%대 아래로 떨어졌으며 하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역시 올초 11.8%를 기록한 이후 10% 밑으로 빠진 상태다.
맥궈리증권은 지난해 5%를 기록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2%를 기록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UBS증권은 마이너스 3%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기에 최상의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대한 적정가를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블록세일(분할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블록세일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할매각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투신의 모재성 매니저는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영권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상황에서 론스타는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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