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경상흑자..속내 조짐은 '불길'

2008-11-27 14:37
  • 글자크기 설정

  10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나타냈지만 긍정적인 신호만으로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호전됐다기 보다는 세계경기 위축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내외의 불안요인에 의해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개선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이런 불안으로 수출은 11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며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 상품수지 흑자..불황의 조짐?
10월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에는 상품수지가 크게 기여했다. 상품수지는 9월에 8억9천만달러의 적자였으나 10월에 27억9천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됐다.

   상품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수입액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10월 수입액은 353억9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2%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 증가율은 전월의 47.1%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수입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진데 따른 영향이 크다. 해외 불황은 국제 원자재가격을 떨어트렸고 이는 수입액 증가율을 둔화시켰다. 한마디로 상품수지 흑자의 뿌리는 해외경제 침체라고 볼 수 있다
수출에서도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10월 수출액은 73억7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5%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월의 증가율인 27.7%보다 크게 둔화된 것이다.

   특히 가전제품은 26.2%, 반도체는 26.0%, 승용차는 18.4%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그나마 철강제품이 25.6% 늘어났지만 전월의 50.1%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됐다. 기계류와 정밀기기의 증가율도 29.9%에서 10.3%로 낮아졌다.

   11월에는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내외 실물경제.무역동향 점검 전망회의'를 주재하면서 "바이어들의 잇따른 주문 취소가 발생하고 있어 향후 수출경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서비스.소득 수지도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
경상수지 흑자에 힘을 보탠 서비스.소득 수지의 개선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9월 12억4천만달러의 적자에서 5천만 달러의 적자로 개선됐다. 특히 여행수지는 3억9천만 달러의 적자에서 5억 달러의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기 보다는 해외 여행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자 해외 여행단가가 뛰어 올랐고 이는 해외여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서비스수지 개선도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면 서비스 수지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상수지이전수지가 2천만달러의 적자에서 7억7천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선 것도 고환율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득수지는 9월 7억9천만 달러의 흑자에서 10월 14억1천만 달러의 흑자로 개선됐으나 이 또한 일시적 현상이다. 한국은행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운용중인 외환보유액을 회수한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 자본수지 사상 최악
더욱 문제는 자본수지가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본수지는 10월에 무려 255억3천만 달러의 유출초과를 나타냈다. 특히 기타투자수지는 262억5천만 달러의 순유출이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차입급 만기 연장에 실패하고 차입금을 속속 갚아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외국인들들의 주식.채권 매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안좋은 신호다. 외국인의 지분증권(주식)은 10월에 88억4처만달러의 유출초과를 나타냈다. 국내채권도 38억8천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이런 `셀 코리아'는 해외 투자자들이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제가 개방형이어서 대외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데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경기가 더욱 하강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수출로 버티는 나라인데, 글로벌 경기의 침체로 적지않은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면서 "이런 경기 불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