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도 금융당국은 부실 규모 발표와 대책 마련을 미루고 있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축銀 PF 연체율 9개월새 5.6%포인트↑
건설경기 급락의 영향으로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고 신용경색 여파로 PF 사업장의 자금회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 65조원 중 PF 대출액은 12조2천억 원으로 약 19%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경 저축은행 PF 사업장 899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2%인 1조5천억 원은 사업성 자체에 문제가 있고 부실해진 '악화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사업성 등에 문제가 없는 '정상' 사업장은 55%, 사업성은 있지만 일부 애로가 있는 '주의' 사업장은 33%였다.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9~10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건설경기도 추가로 악화돼 부실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내년 경제 전반이 어두워 부실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PF 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향후 부동산시장과 실물경기 동향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부실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당장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부실 저축은행을 연명시키기보다는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털어내야한다는 것이 KDI의 입장이다.
◇부실 커지는데 당국은 '만만디'
금융시장에서 저축은행 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도 금융당국은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끝난 지 한 달 이상 지났는데도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9월 말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도 발표를 꺼리고 있다.
금감원은 월 단위로 연체율을 비롯한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으면서도 6개월 단위로 공개해왔다는 관행을 이유로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6월 말 기준 건전성 지표들도 전체 연체율과 PF 연체율,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기본자료만 공개하고 가계와 기업 등 부문별 세부자료는 보안을 유지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저축은행 통계는 6월 말이 마지막으로 연말 기준 데이터가 내년 2월에 공개될 때까지는 시장 참여자들이 막연한 불안감만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는 부실처리 대책을 두고 당국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는 부실 PF 대출을 자산관리공사가 싸게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체 PF 대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투자자와 고객들 사이에선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당국이 속도감 있게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