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경기침체? ‘난 몰라’... 일본 중견기업의 ‘힘’

2008-11-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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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 소니와 같은 기업들이 흑자폭 감소 혹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중견기업들이 안정적인 흑자를 올리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세계로 퍼지며 소비감소-매출감소-투자 및 고용시장 경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공포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기초체력이 강한 대기업들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 감산 등의 자구책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일부 중견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 콘텐츠 회사인 라쿠텐(楽天)은 내수위축과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고객 편이성 증대에 힘쓰고 콘텐츠 다각화로 활로를 개척했다.

라쿠텐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라쿠텐 시장’은 저렴한 국제 배송, 상품 정보의 휴대전화 연동, 웹사이트나 블로그 문장을 분석해 내용에 맞는 화상광고를 제공하는 등의 고객 편의 콘텐츠에 집중했다.

그 결과 라쿠텐 시장의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650억 엔을 기록했다.

여행·숙박 인터넷 예약 사업도 휴대전화와의 연계성을 높인 결과 전년 동기대비 26% 오른 118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라쿠텐의 올 1~3분기 총매출은 1841억 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 경상이익도 38% 급증한 290억 엔을 기록했다.

경기악화로 인터넷 광고가 크게 줄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실적은 악화된 반면 라쿠텐은 자체 수익 모델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라쿠텐의 매출에 비례해 올라가는 방문자수 덕분에 인터넷 광고의 라쿠텐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판 싸이월드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믹시(MIXI)도 승승장구 중이다.

믹시가 지난 5일 발표한 2008년 2,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0%증가한 10억8300만 엔이었다.

매출고는 26%증가한 58억 엔, 경상이익은 10% 증가한 20억 엔을 기록했다.

믹시는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취업 콘텐츠는 보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콘텐츠에 집중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을 공략한 결과 페이지뷰가 크게 늘었고 그에 따라 화장품, 인터넷 서비스 업체 등 젊을 층을 타깃으로 잡는 기업들로 안정적인 광고수입을 얻고 있다.

믹시 가입자수는 9월말 현재 1568만 명(전년 동기대비 31% 증가)으로 동종 업계에서 선두자리를 굳히고 있다.

태양전지와 반도체 설비를 만드는 페로테크는 신기술 개발과 신흥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신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태양전지를 만드는 페로테크는 중국의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 일찌감치 중국 시장을 선점에 나섰다.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인 페로테크는 올 중국 태양전지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2009년 3월기 매출은 전년대비 15% 늘어난 420억 엔,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 오른 36억 엔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 태양전지용 실리콘 제조장치도 당초 예상(6월말 시점, 200대)을 2배 이상 뛰어넘는 460대를 수주했다. 올해 초 인수한 세라믹 재품개발회사가 하반기부터 연결대상에 편입되는 것도 향후 매출고 상승에 긍정적이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침체로 반도체 설비 부문 이익이 큰 폭으로 줄거나 적자가 예상되지만 태양전지 사업이라는 신규 사업으로 신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반도체 설비 회사인 일본 마이크로는 최악의 반도체 경기로 당초 올해 목표 영업이익(88억 엔)에 못 미치지는 75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전년 대비 33% 급증한 수치다. 또 매출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410억 엔(당초 목표 430억 엔) 전후를 예상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반도체 검사기구 프로브 카드(탐색바늘 부착 기판)의 판매량이 확대되고 양산효과로 이익률도 개선됐지만 하반기 들어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인한 투자 감소로 수주량이 빠르게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실적이 당초 목표량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DRAM과 NAND플래시메모리의 맞춤형 프로브 카드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검사비용을 줄여 매출액 감소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긴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일본맥도날드홀딩스.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힘을 발휘하는 회사도 있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는 가격인상, 박리다매, 직영점 매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꿋꿋히 견뎌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일본맥도날드홀딩스가 발표한 2008년 1~9월기 연결실적에 따르면 매출고는 4% 증가한 3078억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증가한 135억 엔을 기록했다.

큰 폭의 증가세는 아니지만 소비위축으로 여러 외식업체가 울상을 짓는 것을 감안하면 칭찬할 만한 성과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의 성과는 '긴축'이라는 전략을 선택, 다방면에서 집중한 것이 주요했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는 우선 메뉴의 가격을 인상했다. 원재료값이 크게 올라 이를 흡수할 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소비자들은 소폭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직영점을 프렌차이즈로 전환해 점포매각 수익을 확보하고 운영 비용을 줄인 것도 주요했다.

프렌차이즈 수입을 포함한 직영점 매각 수입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캐시플로우(Cash Flow) 계산에 의하면 점포설비 등 매각에 의한 수입은 45억 엔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 프렌차이즈 점은 9월말 기준 1245개로 작년말 대비 16%증가했고 직영점은 7% 감소한 2494개다.

또 휴대전화 쿠폰 발행과 같은 고객유치전략을 통해 영업점의 방문자수를 늘리고 100엔 대 커피 등 저가 상품으로 공략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한 것도 적젆은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 관계자는 “상품을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임로스까지 감안해 직원 교육을 실시한 것이 매출로 이어졌다”며 "원가절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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