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효과가 북핵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7일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뉴욕 행보를 지켜보면서 북한이 버락 오바마 당선인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리 국장은 관심을 모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6일(현지시간) 뉴욕회동에서 '화끈한 모습'을 과시했다.
북핵 검증의 핵심인 '시료채취'를 포함한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열린 이날 회동이 끝난 뒤 리 국장은 "지금까지 진전이 있었는데 더 무슨 진전이 필요하냐. 이미 다 합의됐는데.."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미 국무부가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를 토대로 핵 검증 합의와 관련된 사실내용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시료채취(샘플링)' 부분이 모호한 항목으로 남아있었다.
당시 국무부는 '샘플링과 실증적으로 규명해내는 과학적인 절차의 이용에 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샘플링'이라는 대목이 실제 합의에서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다. 이 때문에 리 국장과 힐 차관보의 뉴욕 회동은 이 문제가 정리되는 자리로 인식돼왔다.
이날 회동이 끝난 뒤 힐 차관보는 "과학적 절차에 의한 검증이 시료채취를 포함한 다양한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서로 완전히 이해했고 양측간에 실질적인 의견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리 국장은 사실상 곧바로 힐 차관보의 발언을 확인했다. 따라서 지난달 평양에서 합의된 내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국장이 이처럼 확실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한때 곤경에 처했던 힐 차관보의 입지를 배려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후보에 대한 북한의 기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북한과의 양자협상에도 적극적인 오바마 당선인의 의지를 감안해 미국 땅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분명히하는 것이 얼마나 이로운 일인 지를 '전문 협상꾼'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은 가급적 조기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6자회담과 관련, "11월 중 회담 개최를 목표로 6자회담 참가국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의장국 중국을 중심으로 일정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주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외교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 12월초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유 장관은 전했다.
북한이 차기 6자회담에서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 경우 6자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채택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힐 차관보가 주도하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기류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오바마 당선인의 지지를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협상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위협전술'을 구사하며 다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6자회담의 모멘텀은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오바마 당선인의 대응력도 시험대로 오를 수 있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