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오바마 집권시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정부의 시장개입 및 규제강화’를 표방해 온 오바마의 민주당정권 집권시 국내 산업계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의 IT산업은 이같은 오바마의 경제정책 철학에 따라 2-3년 후 나타날 미국산업계의 변화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으로 기록된 버락 오바마(61년생)는 후보 시절부터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펀더멘탈은 반드시 적절한 정부규제가 뒤따라야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증세 및 노동자 임금인상, 공공서비스 확충을 통한 부의 불균형 해소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작은 정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했던 존 메케인 공화당 후보와는 경제철학부터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오바마는 보호 무역주의자이기보다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FTA도 원칙적으론 지지하면서, FTA상대국의 자유무역주의 수용정도와 협정내용의 형평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미 FTA협상 결과가 한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한-미 FTA승인을 지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 오바마의 집권시 국내 산업계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이한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차질이나 감소를 우려할 게 아니라, 미국의 자국산업 경쟁력 강화정책으로 향후 2∼3년후 나타날 변화에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판매는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 업체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업체는 2-3년 후 미국에서 미국업체들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조하고 있어 소형차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 자동차업체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 자동차시장은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위기인 동시에 또다른 한편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가 당선되더라도 신정부가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기에는 제약이 많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중국경제가 크게 성장한 상황에서 지나친 보호무역은 세계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내년말부터 미국 조지아(Georgia) 공장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며 현대차는 알라바마(Alabama) 공장에서 지난 ‘05년 4월부터 이미 연간 30만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즉, 오는 2010년부터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일본 자동차업체처럼 미국공장 생산분이 전체 미국판매의 약 60%를 차지하게 돼 수출관세(2.5%)의 영향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FTA 발효시 8%의 수입차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시장에서 미국차는 인기도 낮고 경쟁력도 약하기 때문에 설령 한-미 FTA가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차 수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와 반도체 업계는 버락 오바마 당선으로 대미 수출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미국발 경제 위기가 언제 걷힐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응이다.
전자와 반도체의 경우 대부분 무관세인데다 일부 관세가 있는 백색가전도 멕시코 등 무관세 지역에서 만들어 미국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당선 결과에 큰 영향은 없을 것”며 “오히려 미국 경제가 언제 회복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릴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박재붕, 최소영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