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한미FTA 비준안 국회처리 문제가 수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경제위기에 대한 선제대응 차원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오바마 후보 당선을 염두에 두어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 향후 국회처리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한나라, ‘선 비준안 처리’ 강행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장 불리해지는 쪽은 여권인 한나라당이다. 당면한 과제인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 오바마 후보가 자동차 등 분야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익 차원에서의 정기국회 처리’라는 기존방침을 유지, 한미FTA 비준안을 원안대로 조속처리 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결성된 ‘한미FTA 당정 태스크포스’ 팀장 황진하 의원은 4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일부 야당이나 일부 인사들이 비준안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얘기한다”며 “지금 실물경제 회복에 한미 FTA만큼 실효적인 게 있느냐”고 주장했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 미룰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입장은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이어졌다.
정옥임 의원은 “미국이 쇠고기 추가 협상을 수용했기 때문에 자동차 재협상 요구에 빌미를 줄 여지가 있다”며 “한ㆍ미 간 비준안 발효 절차가 다르고 정부 보완대책을 빨리 시행하기 위해서는 비준동의안 처리가 전제 조건이므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나라당은 내부에서도 정몽준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신중론’이 고개를 들면서 ‘조속처리’라는 당론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야권은 물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준안 조속처리는 대외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국은 그야말로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야권, “미국 상황부터 봐야…”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FTA 체결로 인한 각 분야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태다. 아울러 오바마 후보 당선 시 한미FTA 비준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미 간 무역마찰이 빈번하게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오바마 후보가 통상정책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의원은 4일 대정부질문에서 “한미 FTA에는 여러 독소조항이 있다”며 “미국 새 정부와의 재협상을 잘 활용해 독소조항만큼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기정 의원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완전히 시장주의로 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친공화당 노선인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 진영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취약하기에 비준안 국회처리에 앞서 이에 대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 외교를 해왔는데 민주당과 인적 네트워크도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외교적 혼선이 계속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