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에 돌입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소형의무비율 완화와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기대감이 커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주말께 5천만원 상승에 이어 3일 대책 발표 이후 다시 호가가 2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다.
이 아파트 102㎡의 경우 지난 주말 7억7천만원에 거래가 되면서 호가가 8억3천만원으로 올랐다가 3일 대책 발표후 다시 2천만원 올라 8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112㎡는 10억3천만원선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단기간에 가격이 오른데 대해 부담을 느껴 거래는 안되고 있다.
신대치공인 관계자는 "살 사람들은 오르기 직전 가격을 고수하고 있어 매수, 매도자의 호가 격차가 5천만원 이상 벌어진 상태"라며 "매도, 매수자간의 기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3일 대책 발표후 매물이 줄면서 다시 5천만원이 상승했다.
115㎡의 경우 지난달 20일까지 9억원이던 것이 대책 발표가 예고된 지난 주말 9억5천만원에서 4일 현재 10억원을 호가한다. 119㎡는 지난 달 하순 10억원에서 지난 주말 10억5천만원, 대책 발표후 11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의무비율이 완화됐지만 전용 85㎡ 이하는 여전히 60%를 지어야 해 용적률 증가를 감안해도 전체 입주자중 38%는 중소형을 가야 할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는 호가가 주택형별로 2천만-3천만원 올랐지만 매수세가 따라 붙진 않고 있다.
남도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의 80-90%는 회수됐고, 나머지도 호가를 올려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이 움츠리고 있어 시장 가격이 형성되려면 주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강동구의 재건축 단지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고덕 주공 아파트는 매물이나 시세가 거의 그대로다. 매수자의 문의는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실로암공인 양원규 대표는 "규제 완화가 재건축에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당장 계약하기에는 부담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며 "좀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둔촌 주공의 경우 3일 대책 발표와 동시에 3-4개의 매물이 팔리며 호가도 주택형별로 1천만-3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이 단지의 저층 72㎡와 고층 102㎡의 총 830가구는 소형의무비율로 인해 대형 입주가 어려웠다가 이번 규제 완화로 132㎡ 초과 주택형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가격이 뛰었다.
SK선경공인 박노장 사장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대출이 자유로워진 것도 매수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 침체와 대출이자 부담 때문에 일부 저가 매물이 팔린 뒤에는 매수자들이 쉽게 달려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건축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세계 경제가 아직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국내 경제도 실물경제 위축 등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지금 재건축 가격은 일시적인 낙폭 과대와 규제 완화에 따른 기술적 반등 정도만 봐야 할 것"이라며 "저가 매물이 팔리고 나면 거래 공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