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확대로 승부수…경기부양 성공할까

2008-11-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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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는 지출 확대, 규제 완화, 유동성 공급 등 경기부양을 위한 모든 수단이 망라돼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을 막고 특히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내수 부양을 통해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녹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발표 시기나 지원 규모 등은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경제가 단기간 내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지출 늘려 내수 살린다 = 이번 대책은 지난 9월 중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이어지고 있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대책의 완결판이다. 사실상 정부가 빼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나온 셈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11조원 늘리고 감세를 통해 3조원을 확보하는 등 총 14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재정지출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재정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시기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2012년에서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감소폭도 커 정부 부채가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출을 과감하게 늘리기로 한 것은 재정지출 확대 만큼 경기부양에 효과적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감세와 재정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도 정부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늘어나는 재원의 절반 가량을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하고 특히 지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일자리를 확대하고 위축된 내수를 부양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만큼 한계 상황에 직면한 수출보다는 내수에 힘을 실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 민감한 규제도 확 풀기로 =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이해관계가 충돌해 손 대기 어려웠던 규제들에 대한 완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환경 관련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총량관리제 등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이 재검토되고 자연보전권역 내 입지 규제도 배출 규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고용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고 가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소기업 및 서민들을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를 늘려 대출 여력을 높이고 보증기관에도 추가 출연하는 한편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과 가계대출 관련 금리인하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내년 4%대 성장, 20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경기부양 효과 제한적…4% 성장 어려워 =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4%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형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정부가 추가로 지출하기로 한 액수로 실물경제 침체를 완화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특히 감세 등으로 가계지출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경기 하강시 보완적으로 쓰이는 대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두용 한국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제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글로벌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이라며 "정부가 돈을 더 풀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대책은 다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년 4% 성장률 달성 목표에 대해 정 수석연구원은 "3%대 중반도 어렵다"며 "내년에도 경제가 급반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내년 성장률이 4% 이하로 추락하는 것"이라며 "성장률과 일자리 측면에 있어 정부의 목표치가 달성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정부의 목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렵지만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경제 둔화폭이 제한적인 선에서 그친다면 기대할 만 하다"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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